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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라이더 Sep 01. 2016

국제전화입니다.

낯선 수다



가끔 멀리서 전화가 온다.



2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 친구 놈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 살면서 많은 시간을 나눈 친구다. 그때는 서로 얼굴을 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20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위치에 집중을 했고 2년 전 '워홀'을 갈 만큼 나와는 다른 색깔로 살게 되었다.


친구는 전화를 해서 이 쪽 사정을 묻는다. 나는 어떻게 지내는지 다른 친구들은 만나는지 한국에서 재밌는 일은 없는지 등 1초 정도 수신이 느린 국제전화를 붙잡고 낯선 수다를 떤다.


어디야 - 집 - 오키


나와 친구들은 거의 '용건만 간단히'식으로 전화를 하기 때문에 전화가 아무리 길어봤자 3분을 넘기지 않는다. 전화를 한다는 것은 '지체 없이 바연락을 해야겠다' 가 아니면 웬만하면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용건이 아닌 안부


하지만 먼 곳에서 어쩌다 한 번씩 연락이 오는 친구의 국제전화는 용건이 아니라 안부를 묻고 있기에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안부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면 통화시간은 10분 20분.. 남자 둘이서 한가롭게 통화했다는 것 자체가 좀 어색한 통화 기록을 세우곤 한다. 통화 중에도 자연스럽지 못하게 대화를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둘의 모습이 웃기지만 한편으로는 참 고맙다.


때로는 메시지 하나 보내 놓고 모든 연락을 해결할 수 있는 간편함을 얻은 대신 간절함은 잃은 것 같다. 나와 멀리 있어 자주 못 보고 연락도 안되지만 그런 것들이 서로를 궁금하고 그립게 만들었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래서 친구는 '타지 생활이 외롭다, 한국 가서 친구들 보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전화통화가 낯설지만 반가운 수다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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