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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준 Oct 19. 2023

8화. 무엉마이 시장에서 만난 과일

 태국에 오면 최소  두 가지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나는 태국 마사지를 경험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열대 과일을 먹는 일이다. 둘 다 원산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사지를 받으러 가기로 한다. 태국 마사지는 워낙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사지하는 간판에는 태국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게 많다. 한국 사람이 마사지를 하면서도 그렇다. 가격도 만만찮다.


 전날 검색해서 미리 정해놓은 곳이 있었는데 태국 전통 메디슨센터였다. 구글맵으로 보니 여기서도 가까웠다. 아침을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5분 정도를 걸어 도착을 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려니 조금 이상해서 경비 보는 분한테 물어보니 여기가 찾던 곳이 아니었다. 비슷한 이름으로 맹인이 하는 곳이다. 그때부터 지도를 보며 조금씩 조금씩 걸은 것이 무려 20여분, 도심 오른쪽을 한 바퀴 돌아서 겨우 도착했다. 무거운 다리를 끌며 들어가 보니 마사지하는 곳이 아닌 마치 병원 같다. 접수하는 직원이 어디가 아프냐고 해서 그냥 허리가 아프다고 하였더니 기록을 한다. 모든 기록을 나눠준 종이에 적어 서류를 제출했다. 한참 뒤 안내하는 곳을 따라가니 큰 방 한 곳에 침구들이 바닥에 깔려있고 여기서 남녀가 같이 맛사지사들한테 받기 시작한다.

90분에 250밧이라 다른 곳보다 시간도 길고 가격도 저렴하다. 오면서 보니 부근에 학교 같은 전통 마사지 전문 교육기관이 있다. 아마 여기서 수료한 분들이 이곳에 취업해서 활동하는 것 같다. 


 허리가 아프다는 기록이 적혔든지 나한테는 나이 든 노인 분이 배정이 됐다. 오랜 경험의 전문가답게 만지는 곳마다 입에선 비명과 신음소리가 튀어나온다. 모두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받고 있기에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는다. 뼈마디를 누르고 다리를 비틀고 하는 야무진 노인의 손놀림에 나는 90분간을 신음과 고통 속에서 몸을 떨고 견뎠다. 허리가 아프다고 적힌 글자 때문에 나는 경락 마사지를 받았던 것이다. 다 끝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여기서 시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끝나고 나와서는 과일을 사러 간다. 그동안 과일을 먹지 못해 과일 생각이 많이 나던 참이었다. 올드 타운 거리에는 과일로 즙이나 주스를 만들어 파는 과일주스 가게나 노점은 많은 데 과일가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생과일을 먹지 못해 직접 시장으로 과일을 사러 가는 것이다.


 과일의 황제는 두리안이란 과일이다. 그러나 태국에선 '악마의 과일'로 불린다. 간혹 호텔 입구나 승강기 등에 두리안 반입 금지라고 붙여 놓은 종이를 종종 볼 수 있다. 악마 같은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은 또 악마같이 맛있다. 그래서 '악마의 과일'이다. 두리안은 껍질은 단단하고 거친 가시로 덮여 있다. 그러나 속은 크림 빛이 나는 과육으로 가득 차 있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지닌다. 그렇지만 동시에 코를 찌르는 냄새를 맡아야 한다. 과일가게에선 통으로 파는 것도 있지만 과육만을 파는 경우도 많다.


 숌펫 시장이라고 불리는 곳에 왔는데 시장을 둘러보고 실망을 한다. 장사를 하는 곳보다 장사를 안 하는 곳이 더 많다. 과일가게는 두서너 군데가 있는데 과일을 보니 싱싱하지 않고 오래된 과일이다.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쳐다보며 망설이다 할 수 없이 망고와 망고스틴만 조금 산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빈 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숙소에 있는 냉장고가 너무 작아 얼마 안 되는 과일도 다 들어가지 않는다. 이곳에는 개미들이 많아 과일 껍질을 휴지통에 넣을 수도 없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일렬로 줄지어 움직이는 개미들의 행렬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린 망고의 달콤한 맛에 정신없이 먹는다. 망고스틴은 칼로 껍질을 벗기고 안에 있는 과육을 입에 넣기 바쁘다. 오랜만에 과일 잔치를 벌여 본다.


                                         무엉마이 시장 과일 가게


 볼트 앱으로 택시를 불러 짐을 싣고선 삥 강 주변의 호텔로 숙소를 옮긴다. 올드 타운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다. 치앙마이에서 방콕까지 700km를 흐르는 삥 강이 보고 싶었다. 치앙마이의 강변 뷰와 멋진 야경이 우리를 유혹하기에 시장 부근의 작은 호텔로 옮긴다. 심을 갈아 끼운 폰으로 볼트를 켜니 2분 만에 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볼트의 그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시장을 구경하러 나간다. 가까운 곳에 와로로 시장과 와로롯 그리고 똔람야이 시장이 있어 구경할 것이 많을 것 같다. 와로롯 시장 안에는 각종 상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어 이리저리 구경하기가 좋다. 그러나 여기도 과일을 파는 곳은 별로 없다. 실망을 하고선 시장을 나와 삥 강을 구경한다. 강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작은 편이랄까 폭이 한강의 절반 정도쯤 될 것 같다. 물은 맑지 않고 흙탕물처럼 탁하다. 그래도 태국의 젖줄이 아니던가. 산책을 하다가 부근에 무엉마이 시장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여 그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제기동 역에서 약령 시장을 지나면 경동 시장이 나온다. 경동 시장을 지나 옆으로 가면 청량리 청과물 시장이다. 강원도 경기도 일대 과일들은 여기로 다 온다. 수많은 가게에는 각종 과일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철 따라 파는 과일들이 바뀌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뺏는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과일을 많이 주문을 한다. 그러나 종류별로 다양하게 살려고 하면 청량리 시장으로 와야 한다. 과일들이 싱싱할 뿐 아니라 가격도 합리적이다. 치앙마이 무엉마이 시장이 그렇다. 여기도 새벽 도매시장이 끝나면 오전부터 소매로 물건을 판다. 소매로 팔지만 가격은 정말 싸다. 여행을 가면 열대 과일을 실컷 먹어야겠다는 약속이 지켜지는 곳이 바로 무엉마이 시장이다. 두리안, 망고, 망고스틴, 용과, 바나나, 파인애플, 코코넛 등 알지 못하는 과일들이 널려 있다. 


 무엉마이 시장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더 기뻤다. 어둠이 깔리자 우린 산책을 하러 나간다. 삥 강을 가로지르는 육교에 서서 어둠 속에 빛나는 야경을 구경하니 낮의 검붉은 강물도 밤의 어둠과 함께 흘러간다. 

태국의 젖줄인 치앙마이 삥 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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