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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상준 Oct 11. 2023

1화. 첫 관문 돈므앙 공항

 역시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다 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되어 이루어지지만, 그렇다고 내가 마음먹은 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섭리는 묘해서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참 많다. 첫 관문인 방콕의 돈므앙 공항으로 향하는 것부터 그 섭리를 깨닫기 시작한다. 우리는 비록 두려움과 걱정 속에 인천 공항 출국장을 통과해 비행기를 탔지만 서로 손을 맞잡고 의기투합한 모습으로 씩씩하게 통로를 지나창가 자리에 앉았다. 마냥 즐거웠고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머리를 맞대고 예약한 호텔의 그림을 폰으로 보며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비행기 안의 사람들도 모두 웃는 얼굴이다.


 그러나 행복함은 잠깐이다. 우리네 인생도 살아온 날을 돌이켜 보면 행복한 순간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훨씬 많은 법이 아닐까 싶다. 

비행기가 출발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도 출발을 하지 않는다. 한참을 지난 뒤 겨우 출발했지만 이번엔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도무지 바퀴를 접고 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창밖의 풍경을 보는 것도 잠깐, 우린 서로 얼굴을 보다가 시간을 보고 그리고 다시 얼굴을 쳐다본다. 그 얼굴의 미간에 그려진 주름. 그때 기장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러 사항으로 1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되어 죄송하다고.

알뜰한 여행을 위해 저가 비행기를 탄 탓일까. 여행 초반부터 계획이 틀어진다. 도착 시간에 맞춰 방콕의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가겠다는 계획이 그냥 무산되어 버린다. 다시 다른 루트를 찾아야 한다. 구름 위의 아름다운 풍광도 뒤로 하고 이동 수단의 걱정 탓에 미간의 주름만 점점 짙어간다. 좌석을 둘러보니 다들 자는지 조용하다. 우리 두 사람만의 걱정인가.


 비행기는 태국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방콕을 자주 여행한 사람에게는 돈므앙 공항이 익숙하겠지만 우리같이 처음인 사람에게는 모든 게 낯설어 보인다.

수화물로 부친 캐리어 하나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기를 여러 번, 겨우 찾아 바닥에 내린다. 사람이 당황하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때 책에서 읽은 글들이  떠오른다. 방콕의 택시는 몇 배의 바가지요금을 받으니 대폭 깎든지 아니면 타지 말고 그랩으로 차를 불러 타라는 글.

그러나 밤 12시가 넘어 유심도 갈아 끼우지 못한 폰에 그랩을 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우린 영어도 잘 못한다. 당황을 하기 시작하니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배낭을 메고 둘이서 캐리어를 끌며 여기로 갔다 다시 저기로 갔다 좌충우돌한다. 등줄기에선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캐리어를 잡은 손은 후들거리고, 정말 정신이 없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선 지나가는 공항 사람을 붙잡고 다짜고짜 말을 던진다. Where is taxi?

딱 이 세 단어만 생각이 날 뿐이다. 그래도 통했다. 돈므앙 공항 내에서 운영하는 택시를 타는데만 30여분이 걸렸다. 환전해서 가져갔던 바트가 있는지 확인하고 택시 탑승표를 받고 나니 그때서야 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이 난다. 방콕에 도착하면  공항 문을 나가지 말고 곧장 8번 출구 쪽으로 가면 공항 내에서 운영하는 택시들이 있다는 그 몇 줄의 글이.


 택시는 고가도로를 지나 한참을 달리고 다시 골목골목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겨우 목적지인 Josh 호텔 앞에 멈춘다. 미터기에 나온 돈을 지불하고 내리는데 기사가 갑자기 돌변하며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한다. 내려서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꺼낸 뒤 쳐다보니 태국말로 더 언성을 높이며 떠드는데 그 모습을 보니 호텔을 찾느라 골목골목을 다녔다고 돈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짐을 다 내린 마당에 나는 단호히 소리친다. NO!

결국 얼마 안 되는 거스름 돈도 못 받고 바퀴소리 요란하게 캐리어를 끌며 호텔로 들어선다. 겨우 오늘 하루 밤만 묵고선 내일 오전에 다시 떠날 호텔인데 이렇게 밤 시간을 다 날려 보내다니.


      돈므앙 공항                                                                                            호텔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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