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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Apr 29. 2021

다시 고통 속으로 힘차게 다이빙!! 3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뺑 뺑 뺑 뺑"

"뺑 뺑 뺑"    "!"

헐레벌떡 뛰어 들어 간호사쌤이 미처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소리 나는 기계를 끄곤 말을 이어 갔다.


"제가 소리 듣고 바로 뛰어 왔는데... 이제 막 울리기 시작한 거죠? 제가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렸어요. 바로 올라와 보신다고 하니까 조금 기다리셔야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소리가 울리면 조금 시끄러우셔도 간호사실에 먼저 알려주세요."

"안 그래도 껐는데 바로 다시 울리더라고요. 아까 2시 이후로 계속이에요. 어젯밤부터 수도 없고 잘 수도 없고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시는데.... 이 기계 소리만 완전히 끌 수는 없는 거죠?"

"네... 이게 저혈압이랑 부정맥을 알려주는 기계라 소리만 끌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힘드셔서 어째요.... 쉬셔야 하는데 쉬지도 못하시고. 암튼 선생님 오시면 뭐라고 말씀이 있으시겠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Wash out 치료를 시작한 지 일주일쯤 흘렀을까 어느 정도 치료 과정에 익숙해져 가고 있을 때였다.

몸을 버티고 있던 모든 약물들과 함께 내 체력도 만만치 않게 소진되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맛까지 잃어버린 상태에서 생각보다 힘들었던 치료 과정은 그전에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이상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날이 지날수록 리도카인 함량과 수액의 주사 양을 늘려가고 있던 어느 날 오후에 기계에서 예전에는 한 번도 듣지 못한 크고 날카로운 경고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뺑 뺑 뺑 뺑"

한 번 울리기 시작 한 경고음은 끄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다시 울려대길 반복했고 그냥 내버려 둘 경우엔 몇 분 안에 꺼졌다 다시 울리기도 하고 또 어느 땐 끝없이 울려대 끄지 않고선 배겨 날

방법이 없게 만들었.(이렇게 시작된 경고음은 퇴원할 때까지 오후 2시 정도만 되면 울리기 시작해서 남은 입원 기간을 지옥?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올해 새로 전공의 과정을 시작한 내 새로운 주치의 선생님은 열의가 가득하신 분이었다.

게다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내 이력 때문에 안 그래도 긴장 상태였던 선생님은 회진을 돌며 걱정을 한 아름 안기신 교수님의 말씀 덕에 움츠러든 어깨에 목이 파묻힐 지경이었다.

교수님은 첫 회진을 오셨을 때


"ㅇㅇ님. 입원한 지 얼마 안 되셨었는데... 응급실 오셔서 수술하시고. 수술 잘 되긴 했지만 워낙 통증이 난치성이라 수술하셨어도 기존 아픈 영향이 좀 더 갈 수 있어요. 많이 어지럽거나. 두통 수치가 더 올라간다거나...


-그런데 워낙 평소에도 10 이 넘는다고 하시는 분이니까 선생님이(주치의 선생님) 각별히 신경 쓰셔야 될 거예요. 기절도 자주 하시니까 그것도 스테이션에 얘기 꼭 해 놓으시고요.


ㅇㅇ님. 이번엔 일찍 퇴원한다고 하시면 안 돼요.

콩이 생각나서 빨리 가고 싶으실 거 알지만 그래도 스테로이드 제가 양보했으니까 이번엔 조금 쉬고 몸 좀 만들고 가셔야 당분간 또 버틸 수 있죠. 계시는 동안 아침, 저녁 올 거지만 불편한 거 있으심 바로 말씀하세요. 아시겠죠?"

"네^^. 이번엔 약속한 대로 있을게요. 그런데 이주일 말고 마지막 금요일에 퇴원할게요.

어차피 토, 일요일은 선생님도 안 계시고 이틀만 먼저 퇴원하게 해 주시면 군말 없이 치료 잘하고 나갈게요."


이렇게 얘기가 돼 있었고 기절로 인한 낙상과 심한 두통으로 인한 구토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진 것이었다.


내게 생긴 문제는 '부정맥'이었다.

예전에 갑상선 항진증의 합병증으로 부정맥을 앓았었는데 그중에 치료 가능한 '빈맥'은 시술을 하여 치료를 하고 치료 방법이 없다는 '심방세동'은 몇 년간 추적 관찰을 하다가 증세가 나아져 그마저도 안 하고 산지 오래였다.

그런데 잊고 산지 오래된 그 부정맥이 느닷없이 어떤 기척도 없이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가 이렇게 지치고 힘들어 괴로운 중차대한 순간에 느닷없이 나타나 매일 오후 2시만 되면 귀가 따가울 정도로 경고을 울려대고 있다고?


정신없이 울려대는 내 가슴에 붙인 패치와 연결된 기계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주치의 선생님을 비롯해 간호사 선생님들까지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해야 했고 주치의 선생님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하루에 여러 번 심전도 검사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검사가 지옥문을 열게 될 줄 은 그때까지 우린(딸과 나) 미처 알지 못했다. 경고음은 말 그대로 경고음이었다. 지옥문이 열린다고 알리는 경고음. 오후 2시부터 새벽 수면제 약 기운에 지쳐 소리를 못 들을 때까지 줄기차게 울리는 경고음! 의 참된 의미를 금방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입원을 하게 되면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오른쪽 손목과 왼쪽 발목에 노란색 형광 종이 팔찌와 발찌를 느슨하게 붙인다. 그 노란색 팔찌를 붙인 팔이나 다리는 만지면 안 된다는 표식이다.

그리고 머리맡에 아주 커다랗게

'이 환자의 오른쪽 팔, 왼쪽 다리는 만지지 마세요. CRPS 환자입니다'

라고 적힌 안내 문구를 부착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실수하여 통증이 생기게 만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crps환자의 경우에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나쁘면 통증 발현 부위가 팔, 다리로 한정돼 있더라도 온 몸이 통각에 예민하고 특히 차가운 것엔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나는 섬유근육통까지 앓고 있는 환자라 더욱 예민한 상태다.

그때는 길어진 치료? 에 지치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부정맥 증상에 예민해져 많이 힘들어져 있었을 때였는데 내가 거동이 불편하고 기절이 잦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병실로 심전도 검사를 하러 왔었다.


그게 문제였다.


검사하러 오신 분이 전혀 예고도 없이 차가운 검사기계를 가슴 부위에 부착하고 검사가 끝난 후에 하나씩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검사 기계가 부착된 끈을 한 번에 움켜 잡고 '확' 잡아당겨 버리는 것이었다.

피부가 약한 나는 가슴에 멍이 들었고 순식간에 오른쪽 어깨로 불길 같은 통증이 번지며 "악"하는 소리를 집어삼켜야 했다.

평소에 아침, 저녁으로 먹는 서방정  마약 진통제도 통증 발생 시에 먹는 마약진통제도 먹을 수 없고 모르핀도 맞을 수 없었던 나는 소용도 없는 신경 안정제만 투여받고 3시간 가까운 시간을 땀을 흘리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려가며 신음을 삼켰 몸부림을 쳐야 했다.


대부분의 검자(檢査者)분들은 검사를 시작하기 전에 '검사 시작합니다' '차갑습니다' '다 끝났습니다' '떼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검사 끝났습니다' 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친절하게 말씀해 주신다.

이번 같은 경우는 정말 처음 겪은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나도 너무 놀라고 힘들었지만 3주가 가까운 시간 동안 힘들게 병간호를 하고 있던 딸은 미칠 듯이 화를 냈고 사과를 요구다.




혹시 '3월 인턴'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

그 일의 주범? 은 어리바리한, 3월에 인턴이 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초짜 인턴이었던 것이었다.

그 3월 인턴은 다음 날 찾아와 죄송하다고 얘기했고 머리맡에 붙어 있던 조심하라는 문구를 보지 못했다며 다음부턴 같은 실수를 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갔다.

내 끔찍한 통증 한 번에 앞으로 다른 환자들에게

naive 한 모습을 벗고 nice 한 의사로 거듭나길 바랐다.




그리고 남은 며칠 동안 부정맥이 계속 발생해서 결국엔 리도카인 함유량을 줄이고 투여량까지 줄이게 됐다.

하지만 한번 소리를 내기 시작한 기계는 멈출 줄을 몰랐고 심전도 검사도 매일 몇 번씩 이어져 매일 집에서 꽁꽁 감춰져만 있던 가슴은 온 동네 가슴이 되고 말았다.


이제 퇴원을 하면 조금은 깨끗해진 몸 상태에서

다시 통증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피할 수만 있다면 뭔들 마다할까마는 그런 방법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이제 다시 통증을 향해 온 몸으로 뛰어든다.


다시 지쳐 병원으로 돌아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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