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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May 12. 2021

두껍고 단단한 종이에 살을 베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불치병 환자와 계절의 상관관계.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유난히 더 춥고 어두웠던 겨울을 벗어 내느라 봄도 참 애를 많이 쓴다. 그만큼 부산하고 야단스런 날씨다 싶다.

일주일이 멀다고 내리는 비에 거진 15°C 가 넘는 일교차, 겉 옷이 날아갈 것 같은 세찬 바람과 종잡을 수 없는 한낮의 온도까지.

계절이 바뀌느라 날씨가 몸부림을 치고 있다.




누구에게든지 "혹시 두꺼운 종이에 손을 베어 본 적이 있으신가?" 하고 물어보고 싶어 졌다.


다들 한 번쯤 종이에 손을 베어 본 경험을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잠시 방심하고 있는 틈에 날카로운 면의 끝이 살 속을 스치듯 파고드는 서늘한 느낌!

'스-윽' 얼핏 소름이 돋기도 한다.


그런데 두꺼운 종이에 베이는 건 같은 듯 다르.

빳빳하고 두꺼운 잡지의 겉표지나 아니면 그 보다 더 두꺼운 하드보드지(hardboard紙) 같은 종이에도 손을 베일수가 있다.

그런 종이에 손을 베일 땐 얇 종이에 베일 때 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는다. 더 묵직하고 둔중한 느낌의 것이 거부하거나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살 속을 파고 들어와 내 살을 갈라놓고 사라진다.

'서걱-'

그리고 손이 베인 자리엔 이내 붉은 기가 차오르 피가 한 방울 맺히곤 흘러내린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이 심하면 마구 소리를 지를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그것이 맞는 생각이다. 예상치 못한 고통이나 내가 예상하고 있더라도 생각보다 더 심한 고통이나 생전 처음 겪는 고통엔 대부분 소리를 지르는 것이 맞고 그게 올바른 방법이며 대처 이기도 하다. 어떤 통증은 소리를 지르거나 큰 소리로 욕을 하면 통증의 수치가 경감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어떤 고통은 차마 입이 벌어지지 않는 순간도 있다. 진심으로 그렇더라.


계절이 바뀌느라 날씨도 몸부림치며 발광하는 요즘 난 차마 벌리지도 못하는 잇새로 신음을 흘리며 머리를 관통하는 공명이 있는 이명 때문에 생긴 두통으로 몸서리치고 있다.

예전 일을 거슬러 올라가 작성한 브런치 북을 보며 현재 일인 양 착각하곤 '진실성이 없다'라고  달아 놓은 악플을 보며 불안증 약을 삼다. 그리고 온몸의 근육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드릴질을 해대 '근육이 어느 순간에 터질지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생각마저 들 만큼 아파 마약 진통제물처럼 마셔 댔다.(알약인거 안비밀^^)


피부는 손으로 만지는 것은 고사하고 옷 입는 것조차 고역이 되면서 매일 두꺼운 하드보드지에 베이고 또 베여 흐르는 피에 불이 붙어 혈관을 타고 온 몸의 피가 활활 타오른다.


너무 아프다고 소리를 '꽥 꽥' 질러대 지랄광을 하며 울부짖고 싶지만 그런다고 안 아프지 않다.

딸아이 마음만 아프더라. 딸 몸도 아파진다.

콩이가 울며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며 늙는다.




올봄이 지나가기 전에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신분증으로만 씁니다^^) 사진 찍으러 갈 때 예쁘게 영정사진 한 장 찍어 놓자 약속했다.

혹시 아나? 기저 질환 full 만땅인 환자가 코로나 백신 맞아야 하는데....(영정사진 찍으면 오래 산답니다. 우울증 환자 비워 맞춰 주느라 딸이 OK 한 거예요. 요즘 좀 힘듭니다.^^)


우리나라가 사계절이어서 또 그때마다 바뀌는 계절에 휘둘리느라 하루도 편할 날 없는 난 그 영정사진 하루빨리 쓰였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맘이다.하지만 그렇지 못한다 해도 부서지는 몸에 추스르기 힘든 맘 붙잡을 좋은 핑거리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다가오는 여름은 또 어찌 견디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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