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나루 Nov 03. 2022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에게

지난 며칠 동안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듯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순간순간 눈앞이 하얗게 질리며 허공을 걷는 듯한 몸짓에 몸 여기저기 상처를 내다 못해 CRPS돌발통까지 이어지는 힘든 순간을 여러 번 견뎌야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피해 인해 지난 아픔까지 되살아 나며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런 상관없는 제가 이럴진대 피해자와 유족분들의 마음은 어떠실지 가늠할 수 조차 없어 아픈 몸이 더 심하게 아파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부상을 당 치료 중이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바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히고 통하여 미칠 것 같은 일이 일어났음에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자식과 가족, 친구와 지인을 떠나보내시는 마음에 비할까 싶어 병들고 힘없는 저는 그저 조용히 묵하고 애도하며 지켜보려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올바른 사과를 하기에 앞서 책임 문제를 운운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뻔한 행태와 사소한 단어 한마디 한마디 마저도 유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저들의 잔인하고 몰상식한 태도에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그들은 배운 것이 하나도 없나 봅니다. 아니 철저히 침묵하고 은폐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면 무엇이든 이대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봅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큰 불행을 경험하게 되면 반드시 이유와 원인을 찾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진심이 담긴 진정한 사과를 받아야만 그 어려움과 트라우마에서 조금 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번엔 반드시 이유와 원인을 찾고 체계를 바꾸어 더 이상은 이런 허망한 죽음을 만들지 않는 나라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제 어디서 어른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비록 여러 가지 병에 걸려 별 볼일 없고 힘없는 나이 먹은 이에 불과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청춘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세월호 때에 아이들을 구하지 않은 이유를 끝까지 추궁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코로나라는 팬더믹 속에 삶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당신들을 미처 돌아보지 못해 미안합니다.

다시 한번 이런 참사 속에 모두를 던져 넣은 모자란 어른 중의 하나여서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주일에 한 번 천사가 다녀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