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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Nov 08. 2022

겨울이 온다

근육이 수축하고 관절이 강직되는 계절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때문에 24시간 이어지는 심한 근육통과 베체트로 인한 관절염 심해지는 것을 굳이 입 밖으로 내 말하지 않도 추위가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겨울이 되면 더욱 힘들고 무서워지는 것들이 있다.

그건 CRPS 돌발통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근육의 경련과 관절의 강직이 훨씬 두드러 지게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추워지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해지기 시작한 후 아침에 눈을 뜨면 손가락부터 시작해 모든 관절이 퉁퉁 부어 부러질 것 같이 아파다. 추위가 절정에 이르게 되는 어느 날은 관절의 통증 때문에 눈을 뜨는 날도 생기게 된다. 손가락이나 발목 등의 관절은 파라핀 치료기로 잠시 잠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지만 그것도 치료를 하는 그 순간뿐인 경우가 다.


내 몸이지만 내 맘대로 움직여 지지도 않고 함부로 움직여서도 안 되는 중증 질환로 살아간다는 건 아픈 몸 안에 정신이 갇히고 그 아픈 몸은 집안에 갇혀 나 혼자선 집 밖으론 나갈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매일 절실히 깨달으며 살아야 하는 끔찍한 일이다. 그리고 겨울은 그것을 더욱 확고하게 각인시켜주는 계절이다.




사실 24시간 이어지는 몸의 통증 만으로도 견디기가 벅찬 순간이 이미 너무 많다. 울고 불고 소리를 질러 대며 지랄발광을 떨고 싶은 순간들로 채워져 있는 깨어 있는 시간은 어쩌면 고행(苦行)과도 같다. 하지만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시작된 고행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허탈하다.


울고 싶다고 마음껏 울 수 는 것도 아니다. 내 컨디션과 기분이 곧 집안의 하루 분위기가 되고 모든 식구들이 내 눈치만을 살피기 시작한다면 쉽사리 내 상태를 드러내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통증을 느끼는 병을 앓게된 초창기에는 멋도 모르고 아침에 일어나 힘들고  기색을 내비쳐 온 가족들의 하루를 망친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젠 아무리 아파도, 이 금이가고 깨지고 부러져 눈앞에 통증이 실제적으로 보이기 전 까지는,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리에 혹이 나고 코피를 흘리거나 뼈에 금이가고 부러지는 곳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고 내색조차 없이 심지어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밤늦은 날씨와 낮의 따뜻한 날씨의 일교차가 심하게 벌어지던 날이 있었다. 새벽엔 영하의 날씨를 기록하고 낮엔 영상 10°가 넘는 날이었다.

그날도 전 날의 불면증의 여파로 늦은 시간에 잠들고(아침 일찍 잠들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던 날이었다.

콩이를 안고 딸이 차려주는 식사를 기다리던 중에 돌발통이 아닌 근육에 심한 경련이 생기면서 손가락은 주먹을 쥔 것처럼 손 바닥을 파고 들고 팔뚝의 근육은 펄떡거렸으며 갈비뼈와 등의 근육까지 꼬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아파오기 시작했다. 난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금세 내 얼굴은 핏기를 잃어갔고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식사를 준비하던 딸은 얘기를 주고받던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급히 달려와 내 상태를 보고 핫 백을 뜨겁게 데워 와 내 팔에 올려 진정을 시켜주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날 결국 나는 앞니 하나를 잃고 말았다. 이제 다시 치과치료를 앞두고 있다. 이로써 통증을 참느라 망가진 이는 모두 다섯 개가 되었다.


경련이 나던 날 부러진 이.그냥 반으로 뚝 부러져 버렸습니다ㅠㅠ.


이 힘든 겨울이 내게 어떤 시간들을 선사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또 미리 생각하고 염려하며 안 그래도 걱정 많은 일상을 지치게 하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다만 내가 다시 살아보고자 했을 때의 의지와 희망을 다시금 떠올리며 이 겨울을 견뎌낼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수많은 기저 질환자 분들과 희귀 난치 질환자 분들에게도 같은 의지와 희망이 전해질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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