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생활이었을까, 교회 생활이었을까
정신없던 세례식을 마치고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들여다볼 사이도 없이, 성탄절 칸타타 연습을 시작한다는 성가대 발표를 들었다. 그리고 내년에 개편하는 셀(Cell)의 부 리더를 맡아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까지 받게 됐다. 고사했지만 계속되는 권유에 떠밀리듯 승낙했고, 그 덕분에 성가대 연습을 하면서 리더 수양대회에 참석도 해야만 했다.
기다리고 고대했던 세례식에서 느꼈던 참담한 생각은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예배 때마다 눈물이 많아진 나를 보며 걱정이 많았던 김아리집사는 나를 세심히 챙겨주고 아껴주었다.
언니. 무슨 일 있어? 내년에 우리 같은 셀 될 건데 언니가 힘들어도 부 리더 한다고 하면 내가 셀 리더 해서 알아서 다 할게. 기운 좀 내. 기도 할 일 있으면 얘기해 주고. 알았지?
김아리집사의 다정한 말에 다시 또 코 끝이 찡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혀왔다.
지난 1년 간 어떤 마음으로 교회를 다녔던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진심으로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주님께서 나를 구원하실 거라는 생각을 하며 믿음으로 교회를 다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로 인해 받은 깊은 상처를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받지 못한 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나 스스로를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여기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 항상 원하고 노력하면 얻지 못할 것이 없었고, 완전하다 여기며 살던 내가 이렇게 망가져 우스꽝스러운 드레스 차림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주님의 몸 된 자임을 선포하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사랑할리 없다 되뇌고, 심지어 하나님과 나 자신까지도 나 같은 건 사랑할리 없다고 단정 지으며 그동안 겉으로만 즐겁고 행복하다 여기며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더 행복한 척, 평화로운 척, 이젠 괜찮은 척을 했던 것 같아 내 모습이 소름 끼치기까지 했다.
그동안 하나님을 믿으며 신앙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나를 반겨주고 높여주며 즐겁게 해주는 사람들과 교회생활을 즐긴 것이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려웠다.
그리고 함께 교회를 다니며 세상 좋은 사람인 것 마냥 하고 다니는 남편이 우습게 느껴졌다.
어떤 분들은 내게 점심 식사를 하는 식당에서 마주치시면 이런 말씀들을 건네 셨는데 남편의 실체를 확 까발리고 싶은 마음이 불타오르기도 했다.
세상에 이 집사님 너무 호인이시고 생긴 것도 잘 생기시고.... 강 집사님 남편 같은 분 주변에 더 없어요? 그런 분 있으면 우리 딸 시집보내고 싶네. 호 호 호.
아... 네. 살아 보면 하자 많은데... 어떻게 지금이라도 데리고 살아 보라고 하실래요? 하 하 하.
여태껏 잠잠하다 생각했던 마음이.
그것도 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한 두 번도 경험해 보기 어렵다는 기적 같은 은혜를 여러 번 경험한 내가, 하나님의 몸 된 자녀임을 인정받는 중요하고도 귀한 세례식을 한 이후부터 이렇게 괴로운 마음이라는 걸 누가 알까 무서웠다.
그렇게 몇 달을 혼자 마음 아파하고 나 자신을 자학하며 우울증과 불면증이 다시 심해지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내가 새벽 찬양을 서기로 약속된 날이라 힘든 몸을 억지로 일으켜 찬양만 마치고 바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다시 침대에 누우려고 할 때였다.
내 휴대폰에 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은 습관이 들어있던 나는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하지만 금세 같은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고 피곤하고 짜증이 몰려왔지만 짧게 대꾸하고 끊으려는 생각에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나루야. 나야. 양언니. 잘 있었어?
언니!! 모르는 번호라서 안 받으려고 했다가 받은 거야. 번호 바뀌었구나! 언니~~~ 어떻게 지냈어. 언니. 보고 싶었어. 언니 나 요즘 교회 다녀. 지니 아빠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내내 아프다가. 1년 조금 넘었어"
네가! 나루 네가 교회를 다닌다고?! 세상에! 야.... 우리 은행 사람들이 다 교회 다닌다고 해도 너는 안 다닐 거라고 사람들이 그랬는데....
언니가 사는 게 바쁘다고 너를 너무 신경 안 썼구나. 미안해. 나루야. 알겠어!
언니가 이번 주부터 그 교회에 나갈게. 네가 교회에 나갈 정도로 힘든데 언니가 그것도 모르고 있고... 매일은 못 봐도 매주라도 어떤지 봐야지. 이번 주 몇 시에 가면 돼?
언니는 그 주 주일부터 매주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언니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 근무하던 지점에서 만난 10살 차이가 나는 31년 지기 절친이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내가 상처받았던 순간에 나를 붙잡아 주었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과 자세를 알려주는 또 다른 엄마였다.
나는 예배 때마다 울며 기도하고 답을 구했고 하나님은 나를 위해 사람을 통해 일해 주셨다.
그렇게 언니(양여사)가 교회를 나오기 시작하면서 불안정했던 마음은 많이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주일 예배 후에 성가대 연습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우리 집에 들러 내 얘기를 한참 들어주고 함께 기도도 해주며 많은 위로와 도움을 주었다. 언니 덕분에 흔들리고 상처받은 마음에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심난했던 마음을 부여잡고 교회에서 진행하는 '리더 수양회'에 참석해 셀의 부 리더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성탄절 칸타타를 무사히 마친 후에 폭풍과도 같았던 2006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연말과 새해도 조용히 루틴과도 같은 예배를 이어가며, 세례식 때 있었던 내 마음의 심한 갈등과 상처는 믿음이 커지려 노력하는 나를 깨어 있으라 일깨우는 사건이라 믿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노력하고 애쓴다고 해서 바꿀 수 없는 더 크고 험난한 일들이 내게 다시 닥쳐오고 있다는 걸 이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해 행복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