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신앙심
처음 손이 펴지지 않고 깨어났던 날 아침의 마음은 당황스러웠다는 표현 외에는 이제와 생각해 보아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교회를 다니면서 남들은 겪어보지 못한 기적과 은혜를 통해 여러 가지 병들의 치유를 몸소 경험했던 나였기에 혼란스러운 마음은 더 가중될 뿐이었다.
앓고 있던 병의 대부분이 하나님을 믿은 후에 다 나았을 뿐만 아니라, 예전의 밝고 자신감 있는 내 모습을 되찾아 우울했던 그간의 불행을 떨치고 행복하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생각했다.
처음 안수기도를 받고 여러 가지 병들이 낫는 것을 보며 하나님의 실제 하심을 굳게 믿었다 생각했는데... 내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받아 드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난 절대로 다신 아프지 않을 거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하나님이 내게 다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https://brunch.co.kr/@oska0109/148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 구부러진 손이 펴지지 않거나 펴진 손이 구부러지지 않은 증세는 점점 심해지기만 할 뿐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입 안 곳곳에 심한 구내염이 퍼지기 시작했다.
몸이 피곤해 어쩌다 입안 한 곳에 구내염이 생겨도 밥을 먹는 것도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도 힘겨워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게 생기는 구내염은 한 번에 대 여섯 개도 모자라 혓바닥, 잇몸, 혀끈을 가리지 않고 입안을 뒤덮어 한 번 생기며 한 달 이상 가라앉을 줄 몰랐고, 어쩌다 잠잠해지는 게 두세 개 정도였다.
당연히 식사는 물론이고 마시는 것조차 엄두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종내는 생식기 부근에도 구내염과 같이 헐고 염증이 생기는 순간이 왔다.
그리고 심한 몸살이 지속되는 것처럼 몸 이곳저곳이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교회를 다니며 한동안 잠잠해졌던 불면증과 우울증도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가락 관절에 생긴 문제만을 인식해 좋다고 소문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여러 곳을 다니며, 온갖 고통스러운 검사를 하며 병명을 알아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뚜렷한 병명을 밝혀주는 곳이 없어 답답함만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예전에 앓던 내 갑상선 증세를 먼저 알아차리고 치료를 시작해 주고 큰 병원으로 옮기기를 권유해 주셨던 남편 거래처의 선생님을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다. 여러 가지 병으로 쇠약해지는 나를 걱정해 주며 이렇게 아픈 곳이 많은 걸 보니 주님께서 부르시는 것 같은데요! 집 근처에 교회 한 번 나가 보세요라고 권유해 주셨던 선생님이었다.
몇 년 만에 만난 선생님은 내가 교회에 다닌다고 말씀을 드리자 다행이라며 웃음 지어주셨다.
내 증세를 자세히 듣고 혈액 검사를 진행하신 후에 선생님께서 내게 말씀해 주신 병명은 류머티즘 관절염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3차 병원을 정해서 전원을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몇 개월동안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니며 시간 낭비를 한 것이 너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가장 빠르게 특진을 받아 볼 수 있는 곳이 삼성 서울병원이었고 빠르다고 잡힌 날짜도 6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다. 그 6개월의 기간 동안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아먹으며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기다려야만 했다.
그리고 상섬 서울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진행하고 제대로 된 병명을 받게 된 것이,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들어보지도 못했을 베체트라는 희귀 난치 질환 판정이었다.
왜 또다시 아픈 걸까?
용서를 구하지 않은 남편을 용서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팔자에도 없다 생각했던 교회를 다니며 하나님을 믿으려 애쓰고 모든 걸 내려놓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나 보다.
잘못 한건 내가 아닌데... 하나님을 믿는 중에 내가 다시 아파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이미 치유를 경험했던 내게 다시 병이 생겼다는 사실은 천형과도 같은 고통이었다.
벌을 받을 사람은 내가 아닌데 하나님께서 착각하신 게 아닌가 생각하며 하나님도 미웠고, 남편은 더더욱 미웠다.
사람들이 내게 위로라며 건네는 모든 말들이 다 욕이나 저주처럼 들려왔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에겐 견딜 만큼의 시련을 주시고 나중에 크게 들어서 쓰신대. 그러니까 힘내.
요즘 기도 열심히 하지? 집사님 아프다고 교회 여러 팀에서 기도 많이 해. 금방 나을 거야.
오늘 혈색이 너무 좋아 보인다.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좀 어때?
집사님, 아무리 아파도 예배에 불참하는 건 안 돼요. 기운 내세요.
베체트가 생기며 불이 붙어 타오르던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처음으로 강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