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뛰어넘는 방법

제자 대학 2기를 시작하다

by 강나루

신을 믿지 않던 내가 교회에 적응을 잘할 수 있었던 건,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던 것도 있었지만, 나를 반겨주고 아껴준 교회 사람들의 배려가 더 컸던 이유였다.


내 또래의 젊은 집사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조금 더 나이가 많으신 권사님들의 알뜰한 보살핌도 큰 몫을 차지했다. 권사님들은 내가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고 노력한다며, 항상 넘치는 칭찬과 관심으로 나를 북돋아 주셨다.

교회 일을 칭찬해 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을 오래 했던 덕에 나름대로 나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던 옷이나 머리 스타일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하시고, 성가대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붙들어 앉히시곤 화장법에 큰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도 많으셨다.

한편으론 기분 좋은 마음이었어도, 내 사소한 모든 면면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 자중자애하는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항상 마음과 쓸데없는 말을 단속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뒤돌아 보면 하루도 편안하게 마음을 놓고 살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나님을 믿는 중에도 이렇게 힘겹게 살았는데 믿지 않던 나날들은 오죽 애쓰며 살았을까.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병이 찾아오자 간신히 평안을 유지하던 내 마음은 금세 평지풍파를 일으키기 분할 만큼 위태로워졌다.




내게 신앙적으로나 건강상으로 문제가 생겼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건, 교구 담당 목사님도, 셀 리더도, 친하게 지내는 집사님들도 다른 어떤 누구도 아닌, 담임 목사님의 사모님 이셨다.


우리 교회는 강남에 자리 잡은 여러 대형 교회들에 비해 작은 중소형 교회였다.

다른 교회들처럼 신도수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우리 교회 담임 목사님의 사모님은 특별한 분이셨다.

바쁘신 담임 목사님을 대신에 누구보다도 더 많이 신도들을 챙기시고, 신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충과 기도 제목을 잊지 않으시며, 새벽 예배에도 가장 일찍 나오셔서 기도를 시작하시고 가장 늦게 마무리하시는 분도 사모님 이셨다.


우리 가족이 처음 교회를 나가기 시작한 이후로 언제나 항상 같은 마음으로 신경 써주시며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그 진심이 마음에 와닿아 항상 친정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 여겼던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분이었다.

그리고 우리 딸인 지니가 밝게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면 언제나 답삭 안아주시며

아이고, 이뻐라. 지니는 앞으로 큰 사람이 될 거야. 분명히 대단한 일을 할 거야. 어떻게 이렇게 사랑이 넘칠까?

항상 축복이 넘치는 말씀을 해주셔서 나를 기쁘게 해 주셨다. 나는 그 말이 아이들 누구에게나 해주시는 축복이려니 했지만 사모님은 어느 아이들에게나 같은 말로 축복을 해주시는 경우가 없었다. 사모님의 그 말씀 만으로도 딸의 미래가 밝아지는 것 같아 항상 흐뭇한 마음이 들고는 했다.


내가 베체트를 진단받고 믿는 중에 다시 병을 얻었다는 사실과 주체할 수 없이 컨트롤이 안 되는 병의 증세로 힘들어하던 어느 날 사모님에게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집사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주일에 보고 한 번 얘기하고 싶어도 그땐 워낙 정신이 없고 바빠서 틈이 안 나네요.... 그래서 전화를 했어요. 혹시 무슨 걱정이나 기도받고 싶은 것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제가 목사님께 말씀드릴게요. 집사님이 요즘 기운이 없어 보이고 기도 할 때 자꾸 생각이 나서요.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사모님의 다정한 목소리에 그만 울컥하고 서러운 마음이 들며 주책맞게 눈물이 솟아올랐다.

아... 사모님. 안 그래도 제가 말씀드리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사실 제가 몸이 다시 좀 아파졌어요. 제가 교회를 다니고 안수 기도를 받고 아프던 몸이, 여러 가지 병이 다 나았는데... 그리고 하나님을 열심히 믿고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데 왜 다시 병이 들었을까요? 너무 상심이 크고 제가 뭔가를 잘못한 게 있는가 싶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집사님,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제가 기도할 때 생각이 많이 나더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우선 지금 전화로 얘기하는 것보다 목사님께 말씀드리고 목사님 하고 함께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 제가 목사님께 여쭤보고 시간을 알려드려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집사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만날 때까지 기도 많이 할 겁니다. 그리고 집사님 잘못 아닙니다. 집사님 잘못 없다는 것만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아시겠죠? 연락드릴게요..

사모님과의 짧은 통화로 들끓고 힘들던 마음은 그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 토요일 저녁 무렵에 목사님을 뵐 수 있었다.

담임 목사님은 내게 새로운 병, 죽을 때까지 나을 수 없는 희귀 난치 질환이 찾아온 건 내가 죄를 지어서도 아니었고 주님이 내게 시련을 주신 것도 아니라고 확실히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나을 것을 믿고 함께 기도 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목사님은 내게 다시 안수기도를 해주셨다.

하지만 그때 바로 알 수 있었다.

나 스스로 이 병이 나을 거라 믿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병으로 오랫동안 고통받게 될 거라는 사실을.

열두 해를 혈루증을 앓았지만 주님의 옷자락만 이라도 잡으면 나을 것을 믿었던 여인의 절실함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잖이 놀라고 당황했다.

내게 생긴 이 병의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쉽게 낫지 못할 거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목사님은 내게 한 가지를 더 말씀해 주셨다.

하나님을 믿으며 시련과 고난이 닥칠 때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성경에 대해 공부하고 리더십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며 '제자 대학'을 공부해 보기를 유해 주셨다.

신앙심을 키워가다 보면 어렵고 힘든 일이 더욱 많이 생기게 될 것이고 내 믿음의 바탕이 든든하다면 쉽게 흔들리거나 의심하지 않게 된다고 말씀하시며 꼭 도전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제자대학은 쉽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었다.

성경을 일독해야 하고 많은 성경 구절을 외워야 하며 쉽지 않은 책들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낭독하고 다시 제출하고, 토론하는 어려운 공부였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단순히 마음으로만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알기 위해 나 역시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귀중한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그렇게 무너진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힘을 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함께 공부했던 제자대학 2기 졸업생.이때쯤 다시 병색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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