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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Oct 21. 2024

설상가상(雪上加霜)

콩이의 항문낭염

콩이는 모량이 풍부한 강아지다.

푸들 특유의 구불거리는 털 윤기가 좌르륵 흐르고 빛이 나도록 까맸다. 눈, 코, 입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까맣고 짙은 모색에 풍부한 털은 콩이를 더욱 이보이게 했다.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각질과 보습 문제로 항상 털을 바짝 깎아야 했어요. 그게 제일 안타까웠습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자 가장 큰 변화를 보인게 콩이의 모량이었다. 나이를 먹은 후 회색털이 섞여 나기도 했지만 아토피가 재발하면서 알레르기가 심해지자 입 주변부터  긁기 시작해 사타구니, 발, 항문 주변의 털이 눈에 띄도록 빠져버렸다. 그리고 가려운 부분은 콩이가 입으로 털을 잡아 뜯다 못해 피부를 물어뜯어 피가 나고 딱지가 앉았다. 그리고 딱지가 앉은 부분에는 털이 나지 않았다.

얼마나 가려우면 밤새도록 긁고 피부를 물어뜯는지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고통이었다.

사람들은 모기에게 한 번만 물려도 피부가 벌겋게 붓도록 밤새 긁는다. 참으라고 해서 참아질 수 있는 가려움이 아니다. 하물며 말 못 하는 동물인 콩이의 고통이 어떠했을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다. 어쩌다 잠시 내 다리 위에 엎드려 편하게 있으라고 넥카라를 벗겨주면 그와 동시에 입으로 다리를 씹으며 피를 내야 직성이 풀렸다. 잠시잠깐도 방심할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모델을 하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예뻤던 콩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예쁘던 우리 콩이가 골룸처럼 변해 버렸다. 이렀든 저렀든 내 눈엔 항상 어떤 강아지보다 예쁜 아이지만 내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올 7월경 콩이의 증상이 심해져 피부과로 전과하기 한 달 전쯤의 일이다. 아직 동네에 있던 동물병원을 다니던 중이었다.

전혀 예상 못 한 바는 아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때에 문제가 생겼다. 콩이가 병원을 다녀오고 다음 날 저녁 무렵에 콩이의 항문 주변이 유난히 부어 있는 것을 보고 지니에게 물었다.

지니야, 콩이 어제 위생 미용 하고 왔니?항문 쪽 털 빠진 부위가 유난히 부어 보이는데 항문낭을 짜서 그런가? 그리고 콩이 열이 좀 있는 것 같아.

아? 그러네. 많이 부었? 어제 위생 미용 하면서 짜긴 했는데 아무 말 없었어. 오늘 우선 해열제 먹이고 계속 열나면 다시 병원 데려가봐야겠다.

그래야 할 것 같아. 엄마가 오늘 밤에 신경 쓰고 볼테니까... 내일 봐서 병원 갈지 말지 생각하자.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다더니 아침이 되었을 때 일은 커져 있었다.

콩이의 쿠션과 내가 덮고 자는 이불 군데군데에 갈색 얼룩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리고 콩이의 항문 옆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너무 화가 났다. 바로 이틀 전에 병원에 다녀왔는데 애가 이지경이 될 정도였다면 병원에서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화를 내는 게 우선이 아니었다.

지니가 반차를 내고 열이 펄펄 나는 콩이를 데리고 부랴부랴 다른 병원으로 진료를 다녀왔다.

콩이의 병명은 항문낭염이었고 나이가 들거나 피부에 문제가 있어 항문낭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는 강아지들이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속이 상해 미칠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아픈 콩이가 더 고생을 하게 됐다는 사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났고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수의사에게도 화가 났다. 미리 손을 썼더라면 항문낭이 터지는 일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 후로 한 달간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나야 했다.

콩이는 아픈 몸으로 염증과 싸우며 고생을 해야 했고 나는 중증 질환을 앓으며 콩이가 흘리는 항문낭이 뭍은 옷과 작은 이불을 수도 없이 빨아 대야 했다. (큰 이불은 틈틈이 지니가 빨아 줬어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얼마나 지나야 콩이가 이런저런 병들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기는 할까?

엄마를 돌보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희생한 콩이를 위해서라면 못해줄 게 없는데 그것이 콩이의 병 치다꺼리뿐이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콩이에게 삶의 기쁨과 행복을 알려주고 싶다. 삶이 얼마나 좋은 지를 알려주고 싶다.

콩이야. 힘 좀 내자!!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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