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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Oct 14. 2024

콩이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병과 함께 찾아온 노쇠함

아주 심한 무더위와 끝도 없이 비가 쏟아지던 지난해 여름이 오기 전부터, 자주는 아니었지만 콩이와 함께 아파트 단지 주변을 조금씩 산책할 수 있 됐.

잦은 기절과 심한 광장 공포증 때문에 잠시 잠깐의 외출도 겁이 났던 내 장족의 발전이다. 

모든 것이 콩이 덕분이었다. 작디작고 연약한 콩이지만 그런 콩이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황장애를 잠재우는데 큰 일조를 했다. 비단 이일뿐만 아니라 콩이는 지난 10년간 누나를 도와 나를 간병했다.



언제 CRPS 돌발통이 생길지 몰라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는 엄마의 아픈 다리를 배려하기라도 하는 듯 언제나 콩이는 천천히 노즈워크를 즐긴다. 비록 20분 안팎의 얼마 안 되는 시간 일지라도, 매일 나가지 못하는 산책일지라도 콩이와의 짧은 데이트가 몸에 익어가기 시작다. 그리 그것은 콩이와 나의 몇 안 되는 진정한 기쁨이고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남편이 집을 나간 후, 비가 오면 몸이 더 많이 아파져 까라지는 엄마 곁을 지키느라 덩달아 꼼작도 않던 콩이 컨디션이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를 데려왔기에 항상 예민하게 콩이의 상태를 관찰지만 이번처럼 나빠지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콩이가 노쇠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 돼버린 것이다.

겁이 덜컥 났다.

과연 내가 콩이를 지킬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며 쇠약해진 몸에 찾아든 병을 콩이가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콩이의 상태가 심각해진 후 바로 피부과 전문 병원을 찾아가야 했지만 병원비 이슈인해 콩이가 평소에 다녔던 동네 의원에서 먼저 치료를 시작했다. 피부 전문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많은 강아지들을 임상으로 경험하며 쌓였을 경험치를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이 판단 착오였을까.

병원에서 지어 온 항생제와 알레르기 약이 생각보다 독했다.

독한 약을 먹고 콩이가 심하게 늘어졌다. 처음엔 약 때문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콩이에게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이름을 불러도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있기 일쑤였다.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배변 실수가 없던 콩이가 아무 곳에나 배변 실수 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콩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 이미 가지고 있는 병도 부족해 나이가 들어 치매가 온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떨었다. 밤 사이에 달라진 콩이의 상태를 딸에게 공유하며 눈물을 쏟지 않고선 말을 할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콩이가 잘못될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콩이를 지킬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콩이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 우리의 생활비가 부족했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남편이 집을 나가고 남아 있는 네 식구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걸 감당해 낼 여력이 우리에겐 없었다. 차라리 밥을 굶고 관리비를 못 내고 난방과 냉방, 수도가 끊기는 한이 있더라도 콩이부터 살리고 봐야 했다. 콩이가 잘못된다면 우리 중 누구도 괜찮을 수 없다는 걸 서로 잘 알고 있었다. 지니와 의논을 하고 강아지 피부과를 수소문했다.


피부과에 가서야 콩이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독한 약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일주일쯤 지나자 일 년이 훌쩍 넘도록 콩이 목에 씌워 놓았던 넥카라를 벗길 수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치료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작년 10월 이후로 일년 가까이 산책할 때를 제외하곤 넥카라를 차고 있었어요 얼마나 고생했는지...

약이 독한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토피가 심했던 피부의 염증이 가라앉고 알레르기가 덜해지면서 가려움이 줄어들고 털이 빠진 모든 부위에서 새로운 털이 자라나고 있다. 이제 각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 년 동안이나 수족처럼 목에 걸치고 있던 넥카라를 벗을 수 있었다. 너무 긁고 핥고 빨아서 벗겨줄 수 없던 넥카라였다.

아무거나 함부로 먹일 수 없고 입이 짧은 콩이지만 살기 위해 먹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고마운 마음이 든다.

작고 연약하며 노쇠한 우리 아들 콩이가 살기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너무나 다행이다.


한때는 후회를 많이 했다. 내가 콩이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우리보다 더 좋은 집에서 콩이를 입양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아픈 나를 돌보기 위해 배우지도 않은 간병견 노릇을 하며 엄마에게 매어있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콩이의 아픈 곳도 빠르게 잘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콩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또 콩이도 그걸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그거면 된 것 같은 마음이다.

언제 다시 재발하여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지 알 수는 없지만 콩이가 노환과 지병을 잘 이겨내고 우리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고 싶다. 나이 든 나의 강아지 아들을 오래 보고픈 마음이다.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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