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는 사정없이 빠지고 입맛은 도대체 어디로 달아났는지 감도 잡을 수 없어 애를 먹다 못해 없는 병을 만들고 망상에 빠지기 일쑤다. 나도 모르는 새 다른 심한 병에 걸린 건 아닌지... 지금보다 심각한 병이면 치료를 더는 받지 않겠다고 딸과 손가락 걸고 약속했는데. 망상이 늘었다. 망상이다.
키에 비례해 워낙 많이 붓고 쪘던 몸이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몸무게가 줄어버려 50대 초반인 내가 내 눈으로 보기에도 파파 할머니로 보일 지경이다.(77.62-47.60=30.02kg 다이어트 없이 엄청 심한 스트레스와 알 수 없는 이유?로 감량 됐습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애가 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해골인형에 거죽을 쓴 모습으로 팔랑 거리며 돌아다니다 자신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꽈당!! 하고 소리를 내며 기절하는 나를 보는 딸 지니의 마음도 역시 타들어 가고 있다.(덕분에 왼쪽 무릎에 물이 차고 꼬리뼈에 또! 금이 갔어요. 하!!!)지금 우리 집의 쉽지 않은 경제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들을 조금씩 더 아끼며 내게 무엇이든 입맛에 맞는 것을 찾아주려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 하지만 예전에 잘 먹던 것부터 새로운 음식들까지 총망라해서 내가 무심결에 흘린 말도 놓치지 않고 만들어 주고, 사다 주고, 주문해 주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심지어 더 심해지기 시작한 두통에 먹방 유튜브를 보며 구역, 구토를 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입원을 해야 하는 시기가 훌쩍 지나 있었지만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나 같은 중증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졌다.난 당장 죽는 병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죽도록 아픈 병이니까.
이런 시국에 환자인 내가 죄인이다. 이것들아!!
소요유 작가님은 편찮으신 어머님을 간병하고 계신다. 그 일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덕분에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간병하며 자신의 모든 것들을 내려놓았던 나의 소중한 딸 지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위의 두 편에 글에서 작가님은 여름 햇감자와 찰옥수수에 대한 얘기를 쓰셨다. 어머님을 간병하시는 힘든 일상 중에 밭에서 갓 캐낸 감자를 쪄먹고 갓 따낸 옥수수를 삶아 먹으며, 아프지 않으셨던 어머니를 회상하는 담담한 소회가 가득한 글이었다.
그 담담한 글이 어찌 이리 침이 고이게 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결국 14화를 읽은 후엔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놈의 몸무게 얘기는 지치지도 않고 지긋지긋하게 지껄여 댄다 ㅎㅎ
처음엔 아픈 어머님을 간병하시느라 많이 힘드신데도 불구하고 다정하게 답글을 달아주신 것만으로도 고맙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결국 밭에서 갓 딴 감자와 옥수수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지 못하고 메일을 보내게 됐고 소요유 작가님은 손 편지까지 더해 맛있는 감자와 옥수수를 내게 보내 주셨다 하하^^.
너무 고마웠다.
마트와 시장에 지천으로 널린 게 감자와 옥수수인데 기어이 내가 작가님에게서 감자와 옥수수를 삥 뜯고 만 것이다.
얼마 만에 받아 본 손 편지 인지... 눈가에 눈물이;;;
옥수수는 받은 즉시 소금만 조금 집어넣고 쪄먹었다. 내가 평생 먹어봤던 어떤 옥수수 보다 맛있다. 뉴슈가를 잔뜩 넣어 인공적으로 낸 단맛이 아니라 혀 끝에 감기듯 단맛이 남으며 옥수숫대에선 아직도 살짝 흙내가 남아 있다. 찌고남은 것은 알을 모두 따서 옥수수 밥을 해 먹고 또 조금은안주로 만들어 지니와 함께 기분을 냈다.
그리고 감자는 우선 껍질째 쪄서 적당히 으깨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에 잘게 썬 베이컨을 나눠 올린 후 에어프라이에 구우면 훌륭한 야식이 된다.
남은 감자는 고추장찌개와 꽃게 된장찌개에 넣어 먹을 생각이다.
벌써부터 먹을 생각에 신이 난다.
버터랑 볶아서 만든 안주
찐 감자를 적당히 으깨고 소금, 후추를 뿌린 뒤 베이컨을 올리고 에어 프라이기에 구웠어요
소요유 작가님이 보내주신 감자와 옥수수를 먹고 잃어버린 입맛을 완전히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작가님의 배려와 다정한 나눔이, 통증에 시달려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는 여러 분들의 댓글과 응원댓글이 깊이를 알 수 없던 무저갱에서 벗어날 힘을 내게 주고 있다.
말로나 글로도 다 전할 수 없는 힘든 순간을 지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내고 살아남아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며 살것이다.지금껏 그래 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