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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축복이었고 선물이었다

by 강나루

우리 생의 끝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죠.


오랫동안 희귀 난치병으로 투병해 왔지만, 제가 앓고 있는 병은 당장 다가 올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는 병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죽을 때까지 통증으로 고통받으며 살아야 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병이었기에 죽음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이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콩이가 나이 들고 아파지기 에도 강아지의 생애주기가 사람과 달라 우리보다 먼저 떠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겪는 것은 천양지차더군요.


콩이가 많이 아프긴 했지만 죽을 것 같다는 징후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고(병원도, 저희도 말이에요) 그렇게 이틀 만에, 느닷없이 우리 곁을 떠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콩이가 떠나던 날의 일이 꿈만 같습니다.

콩이가 없는 하루하루가 비현실적이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어느새 콩이가 없는 시간을 5개월이 넘도록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5개월의 시간을 견뎠듯이 살다 보면 또 살아지겠죠.


애써 잊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콩이를 보낸 후에도 저는 여전히 콩이 엄마로 불릴 것이고, 저의 딸 지니 역시 콩이의 영원한 누나로 살아갈 겁니다.


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어둡고 힘든 순간들을 함께 견뎌준 소중한 존재.

어느 날 나의 삶에 들어온 나의 보물, 나를 숨 쉬게 한 내 생의 유일한 강아지.

콩이는 제 인생에 큰 축복이었고 더없이 빛나는 선물이었습니다.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콩이가 정말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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