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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 강아지 콩이라서....

by 강나루

콩이 보내고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까지 말갛게 밤을 지새우는 날이 더 많아졌다.

나이가 들면서 제법 큰 소리로 코를 골아대던 콩이의 기척이 사라진 방은 무섭도록 적막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 조그만 몸뚱이가 내던 소리와 기척, 존재감이 사라진 일상의 낯섦은 얼마나 지나야 익숙해 질까.


분명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금보다 견디기 나아지는 순간이 올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론 나아지고 괜찮아져 살다가도 한순간씩 그리움에 미치는 날이 있을 것도 안다.

그리우면 그리운 만큼, 보고프면 보고픈 만큼 생각하고 아파하며 살려한다. 무엇이든 억지로 할 수 없다는 걸 이젠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콩이가 내 곁을 떠나기 몇 달 전 늦은 밤에 잠에 취한 콩이에게 말했었다.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고.

콩이가 비록 우리 곁을 떠났다 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 한 가지는 콩이가 우리의 가족이고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콩이야.

너를 보내고 벌써 5개월이 지났어.

엄만 아직도 네 이름을 말하면 눈가엔 눈물이 차오르고 가슴 가운데가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아.

너를 여의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강한 쓰나미가 덮친 것처럼 우리 삶의 모든 걸 한 번에 바꿔 버렸어. 달라진 거라곤 네가 없는 것뿐인데 엄마는 왜 모든 걸 빼앗긴 것만 같은 기분인지 모르겠다.

아직도 네가 방안에 누워 있을 것만 같고 무엇을 하든 네 이름부터 튀어나오는 건 여전한데... 언제쯤에나 네가 없는 세상이 익숙해질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장마를 앞두고 심해질 통증에 대비해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온 날 밤에 생겼던 극심한 통증에 온 얼굴이 다 젖도록 오열하며 이제는 네가 옆에 없다는 사실이 슬퍼서 더 많은 눈물을 흘렸어. 그동안 엄마의 고통을 네가 함께 짊어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단다.


하지만 콩이야. 슬프고 허망하다 해서, 네가 옆에 없다 해서 너의 헌신과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 엄마를 향한 너의 조건 없는 사랑과 신뢰가, 그리고 네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삶이 주는 고통에 지친 엄마를 언제나 다시 살 수 있게 해 줬어.

언제나 젠틀하고 다정하게, 조용하고 섬세하게 아픈 엄마를 챙겨주던 너로 인해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엄마의 영혼이 치유받을 수 있었어.

엄마의 가장 깊고 어두운 시간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너의 삶은 끝났지만 네가 남긴 사랑으로 엄마는 지난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떨치고 일어서려 해. 네가 우리와 함께하며 우리에게 보여준 사랑의 방식으로 이젠 엄마가 누나와 리아를 지키고 엄마 스스로를 사랑하며 살아볼게.


네가 보여준 깊고 따뜻한 사랑을 잊지 않을게. 그 사랑으로 엄마의 남은 날들을 열심히 살아갈게.

엄마가 만나러 갈 때까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


네가 내 아들이어서.

네가 내 아들 콩이여서 엄마는 넘치도록 행복했어.

다정한 내 강아지 콩이야.

사랑하는 엄마 아들 콩이야.

다시 만날 때까지 잠시만 안녕.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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