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잊고...
콩이에 대해 얘기했던 이전 브런치 북 [나의 늙은 강아지 아들 콩이]에서 콩이가 이생의 기억을 다 잊기 바랐었다. 좋은 보호자가 아니었던 나로 인해 강아지답게 살지 못하고 많은 것을 참으며 살았던 콩이를 위한 마음이었다.
*나의 늙은 강아지 아들 콩이
https://brunch.co.kr/@oska0109/465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다.
콩이가 나와 함께 살며 했던 힘든 고생들을 모두 잊고 편안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다만 한 가지,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생긴 것이다.
언젠간 떠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과 내 눈앞에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힘겹게 보낸 마음 사이에 생긴 간극을 예상하지 못했다. 알면서 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직접 겪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이렇게 뼈 아프게 깨닫는다.
상상할 수 없는 그리움이고 견딜 수 없는 상실이 될 거라는 걸 미처 다 알지 못했다.
다시 보지 못한다는 생각 만으로도 눈앞이 아득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릴 거라는 사실을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콩이가 떠나고 없다는 현실을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콩이야. 어디 있어? 하고 나지막이 부르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안방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다.
남은 세월을 어찌저찌 그리움을 안고 참으며 살아낸다 해도 다시 만날 거라는 희망마저 없다면 견디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불같이 솟구치는 요즘이다.
처음 마음 그대로 콩이의 다음 생 까지는 욕심내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내고 난 다음에 단 한 번만이라도 콩이를 만나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보드라운 콩이의 털 한 번만 더 쓸어 봤으면, 나 만 바라보던 따뜻한 그 눈 한 번만 더 맞춰 봤으면.
오트밀 쿠키 냄새 진하던 예쁜 발 한 번만 더 쥐어 봤으면, 따뜻하고 든든하던 그 몸 한 번만 더 꽉 안아봤으면.
잠이 들면 고롱고롱 코 골던 콩이 숨소리 한 번만 더 들어봤으면, 다정하게 핥아주던 그 뽀뽀 한 번만 더 받아 본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콩이가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다.
나를 잊어도 괜찮다.
내생에 인연이 없다 해도 괜찮다.
모든 건 내가 기억하면 된다.
남은 생 열심히 살다가 단 한 번만 이라도 콩이를 다시 만나길 기도하며 살아보려 한다.
꼭 한 번만 이라도 다시 만나길 온 마음을 다해 바라고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