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올린 후 양가 부모님을 포함해서 집들이를 한 횟수가 총 11회에 달했다.
양쪽 직장 직원들, 남편과 나의 친한 친구의 무리를 나누어 대접을 하다 보니 3개월에서 한주가 모자란 시간만큼 매주 금요일마다 집들이를 해야 했다.
내 친구들도 섭섭지 않게 여러 모임에서 집들이를 다녀갔지만 남편 친구들 모임의 횟수는 2배 가까이 되었었다.
그 모임 중의 한 친구의 무리가 명절 연휴 전날 갑자기 우리 집으로 쳐들어와 놀고 가겠다며 밤새워 술을 마시고 신혼집에서 잠을 자다 못해 아침까지 얻어먹고 간 것이었다.
지금 같으면야 시댁에도 어떻게든 둘러댈 방법이 있었을 것이고 사실 명절 전에 그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오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꾸게 하겠지만 25살 어린 신부 아니었던가.
서둘러 설거지만 대충 마쳐놓고 어질러진 집은 치울 생각도 못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남편에게
"어떻게 해! 어머니 화 많이 나셨겠다. 연휴 전날 은행 끝나고 바로 오라고 하시는 걸 늦게 끝난다고 오늘 간다고 한 건데.... 지금 너무 늦었잖아. 어머님한테 왜 늦는 건지 전화 한 통만 해줘. 나 혼나면 어떡해. 자기 친구들 때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혼나기까지 하고. 내가 잘못한 거 아닌데..."
라고 말했더니 남편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남자들만 그 멘트를 배우는 시간이 따로 있는 게 분명합니다!)
"걱정 마. 우리 엄마는 안 그래. 엄마가 왜 화를 내셔? 조금 늦어도 괜찮아. 할 일도 없어. 정 그렇게 불안하면 내가 전화해 줄게"
라고 말하고는 시댁으로 전화를 걸어서는
"엄마. 난데. 우리 조금 늦을 거야. 조금 있다가 출발할게."
그렇게만 얘기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는 그 바쁜 와중에도 남편이 갑자기 바보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졌다.
전화를 걸어서 왜 늦게 된 건지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더니 느닷없이 '우리 엄마는 안 그래'를 시전 하지 않나, 또 기껏 전화를 해서는 '그냥 늦는다'라고만 말하면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어쨌든 미친 듯이 서둘러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반이었고 뭐라고 얘기를 하기도 전에 어머니는 나를 향해
"이러려면 오지 말지 뭐 하러 왔어!"
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셨다.
이유를 설명을 할까, 아니면 그대로 돌아서 나올까, 아니면 큰소리로 울어버릴까... 똥파리가 10번쯤 날갯짓하는 시간만큼 짧은 시간 동안 망설이던 나는 안 그래도 크고 똥그랗던 눈을 더 크게 깜박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시던 시어머니는 갑자기 당황을 하시며
"아니,ㅇㅇ야. 너한테 소리 지른 게 아니고 ㅂㅂ한 테 소리 지른 거야. 새아가 울지 마."
라며 어쩔 줄을 몰라하셨고 그제야 남편은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어머니께 등짝을 여러 대 두드려 맞았다.
사실 어머니는 아들 만 둘을 키우셔서 그렇지 누구보다 여성스럽고 이해심 많은 분이셨다.
그리고 사실 시댁에서의 진짜 빌런은 시아버지 셨다.
먼저 시집온 아주버님의 와이프 형님은 무뚝뚝한 성격이어서 어머니에게 "어머님"이라고 부르는데 만도 1년이 넘게 걸리셨다고 한다.
나는 어머니께 더 가까이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어머님을 남편이 부르는 것처럼 "엄마"라고 부르고 주말마다 찾아뵐 때는 항상 목욕탕을 함께 모시고 가 등을 밀어 드리며 한 주 동안 은행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얘기하곤 했다.
눈이 많이 나쁘셨던 어머님과 동네에서 외식을 하러 나갈 땐 항상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다녔다. 처음엔 팔을 어떻게 둘지 몰라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게 구시던 어머니도 나중엔 친구처럼 찰싹 달라붙어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사랑한다.ㅇㅇ아."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남편이 나의 등을 치고 나를 배신하고 내가 삶의 의지를 잃었을 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힘들어할 때 오로지 어머님만 내 편이 되어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나를 아끼고, 아끼고, 또 아껴 주셨다.
내가 이혼하지 못한 중요한 한 가지 이유는 어머님께서 돌아가시며 불안해하시고 걱정하실 때 내가 어머님께 약속드렸기 때문이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아범 포기하지 않을게요. 함께 살다 갈게요. 엄마 사랑해요.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