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의 정석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위대한 며느리

그냥 정석대로 돌파

by 강나루

남편은 연애 고자였다.

28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걸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알게 됐다.

그랬던 사람이 5살이나 어리고 은행에 다니며, 작고 소중하며 하얗다 못해 핏줄이 비칠 정도의 투명하고 뽀얀 피부를 가진 예쁜 처자(죄송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니 용서 부탁드립니다^^.)와 결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남편 주변의 사람들에겐 천지가 개벽할 일이었다.


어느 날 남편의 친구들 모임에 내가 함께 참석하자 친구들 모두 경기하듯이 놀라 자빠졌다. (여자 친구를 데리고 나간다고 했을 때 믿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편의 집에서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다고 말씀을 드리자 모든 식구들이 나를 직접 보기 전 까지는 다들 설마 네가?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결혼 전 시댁에서는 남편이 내게 대해주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유리 공주]처럼 대접을 해 주셨다.

두 형제 중의 막내였던 남편이 을 봐도 신통치 않고 형과 달리 변변한 연애 한번 못하는 걸 보시고 노 총각으로 나이만 먹는 게 아닌가 내내 노심초사하셨었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5살이나 어린 여자를 데려왔으니 어떻게 그렇게 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요즘 대세는 간편하게, 소규모 결혼식으로, 자신이 모은 돈 만으로 결혼하는 것이지만 우리 때만 해도 '뿌린 만큼 거둬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도 하고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많고 적음을 결혼식의 화려함과 하객수에 비례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린 약혼식을 4월에 하고 7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결혼 준비를 하였는데 그때부터 서서히 본색? 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약혼 전까지만 해도 집을 사주겠다고 말하던 시댁은 막상 준비할 때가 되자 전세로 말을 바꾸었고 그것도 결국엔 우리 집 쪽에서 1/3쯤의 집 대금을 부담했고 혼수물품까지 고스란히 채워 넣었으니 그때엔 거의 볼 수 없는 반반 결혼을 한 셈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혼수로 밍크코트를 요구하시면서 나와 남편이 크게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때 난 '내 혼수로 밍크코트를 해 주시면 나도 어머님 밍크코트를 해 드리겠다'라고 남편에게 말하곤 두 번 다시 그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해 버렸다.


난 '결혼을 하는 것'이지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닌데 남편은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때는 내 마음에 '저 착각은 살면서 반드시 뜯어고쳐 주겠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한참 뭘 모르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나 자신도 바꾸기 어려운데 누굴 바꾸고 살겠다 생각했던 건지... 철없는 어린 시절의 어리석음이 하늘을 찔렀음이었다.


인간은 뜯어고쳐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as가 안되면 갖다 버려야 한다- by 시궁창 주인




남편에겐 유난히 친구들이 많았다.

성격이 소심하고 교적이지 않아 친구가 많이 없었던 오빠만 봐왔던 나는 연애하는 동안 여러 친구들이 말하는 남편 모습이 참 좋아 보였었다.

그런데 이 많고 좋은 친구들이 결혼한 새색시 시절 첫 명절에 시댁에서 나를 곤경에 빠뜨리는 결정타를 날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지금도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는 나를 향한 시어머니의 일갈!

"이러려면 오지 말지 뭐 하러 왔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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