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는 미련함!

The second round~go!!!

by 강나루

남편은 결혼 전에 모아 놓은 돈이 단 1원도 없었다.

남편이나 나나 직장생활을 했던 시간은 비슷했지만 나는 은행을 다니고 있어 적금이나 예금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던 반면에 남편은 사실 이미 여러 번 전직을 했던 경험을 갖고 있었다.


결혼 전에 우리 집 쪽에서 결혼을 반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게 이른 결혼이라 생각하시기도 한 데다 남편과 나이 차이도 좀 있고 결정적으로 직장이 변변하지 못하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를 하셨었죠.
부모님과는 '싸운다'라는 개념조차 허용되지 않던 우리 집 사고방식 때문이었는지 전 별 다른 반항? 없이 조용히 시간만 지나기를 기다렸고 다행히 그 기간 동안 적당한 직장을 잡아 정착을 했던 남편 탓(!!!!)으로 우리는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습니다.(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러니까 그때까지 남편 이름으로 모은 돈은 결혼 이후에 함께 맞벌이를 해서 모은 돈이었다.




남편의 휴대폰을 확인한 다음 날, 엄마에게 말씀드려 아이를 친정에서 하룻밤을 재우도록 부탁드린 후에 남편과 마주 앉았다.


남편이 먼저 내게 말문을 열었다.

"여보, 미안해. 내가 실수한 거 같아.

그런데 정말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안 좋은 일은 없었어. 그래도 당신 오해하게 하고 맘 아프게 했으니까 당신이 원하는 대로 뭐든지 할게.

근데 한 가지 이혼은 절대 안 돼.(어찌나 당당하고 단호하신 지. 그게 아직도 자기 뜻대로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저를 더 화가 나게 했습니다.)

이혼은 정말 아니야. 무릎 꿇고 빌라면 빌께.

이혼은 정말 안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듣고 싶지도 않았다.

입으로도 똥을 싸지를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아니지! 어제 처음) 알았다.

구린내를 풀풀 풍기면서 자기는 입으로 똥을 먹지도 싸지도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애처로운 눈빛을 지어가며(우웩!!!)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를 어떻게든 더 속이고 구슬려 보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에 구역질이 나고 욕지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눈물 같은 건 나오지도 않았다.


이런 일은 실수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실수는 의도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생각지 못한 사고인 것이고 이건 상대의 영혼을 죽이는 고의적이고 의도적이며 계획적인 일인 것이다. 이건 명백한 잘못인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고 알기 전까지 누구보다 가깝고 누구보다 사랑하며 세상 누구보다 잘 알던 사람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처럼 여겨졌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이혼할지 말지 생각했어?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면서 누구 맘대로 이혼을 한다 만다 말을 해?

우선 당신 이름으로 된 적금, 예금 다 내 이름으로 명의 바꿀 거야. 그리고 전세 명의도 내 이름으로 계약서 다시 작성할 거고.

내일 나 출근해 있는 동안 어머님 댁에 지니 데리고 가서 놀다가 나 퇴근하면 지니 어머니한테 부탁드려서 맡기고 나 데리러 와.

집주인한테 얘기해 놨으니까 가서 명의 이전하고 올 거야.

그리고 우선은 양쪽 집에 다 알리지 않고 있을 거야. 한 달 동안 당신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알릴지 말지 결정할 거고 이혼도 그때 결정할 거야. 서류는 준비 다 했어.

내 도장도 다 찍었고. 당신 도장만 찍으면 돼.

두고 볼 거야. 깨끗하게 처리해. 세상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던 일처럼!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울 수 있게! 알겠지.

낼 시간 맞춰와.

그리고 지금부터 내 눈에 띄지 마!"

내 얘기를 들은 남편은 두말도 못하고 알겠다고 말하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난 사랑도 불같이 하지만 배신당했다 생각했을 땐 얼음보다 차가운 드라이아이스처럼 변하는 사람이었다.

이 마음으로 이혼을 하지 않고 이 결혼을 붙잡는 것이 맞는 것이지 한참을 생각고 또 생각했다.


남편 앞에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불같이 화를 내며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썼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 동안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며

'혹시나 내가 잘못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까지 들며 나 스스로를 책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부부가 살면서 살아가는 소소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이 같은 방법이라면 어느 부부가 끝까지 함께 살아갈 수 있겠는가?


남편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내 존재 자체에 대해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께 사랑받으며 살았지만 항상 부족했던 부분들로 인해 힘들었던 내가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비로소 평안과 행복, 사랑을 얻었다 믿었는데 그것이 한순간의 물거품처럼, 눈앞의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렸다.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나를 괴롭히고 좀먹었다.

내게 벌어진 일이 믿어지지 않고 너무 가슴이 아프고 앞으로의 삶이 막막해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다음날 남편이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출근했던 나를 데리고 집주인을 만나러 집주인의 직장 근처로 가던 길이었다.

집주인 직장 근처에 도착한 남편이 내게

"여보, 전세 명의 다 바꾸고 할 건데... 상대편 쪽에서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거 풀어주고 싶다고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리로 오라고 했어."

그 말을 듣자마자 그동안 참고 있던 모든 게 터져 나왔다.

내 화와 울분, 서러움, 분노, 모멸감, 수치심 그리고 배신감까지.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양쪽 손과 팔로 자동차 팔걸이와 음료수 홀더가 있는 곳을 정신없이 내리치며

"내가! 내가. 더 이상. 어디까지 참아 줘야 돼. 내가 네 엄마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돈 벌고. 집안일도 내가 더, 애기 보는 일도 내가 더. 그런데 이런 개 같은 경우도 참고받아 줘야 돼? 내가 그 여자를 왜 만나? 왜? 왜. 왜. 왜. 왜. 왜?.... 내가 미쳤니? 죽고 싶은 거 아니면 너 나한테 더 이상 까불지 마. 알겠어?"

이렇게 얘기하고 차에서 내렸다.


나를 말리려 애쓰던 남편도 내가 위태로워 보였는지 나를 따라 황급히 내렸다.

그런데 어느새 그 상대편 여자가 이미 도착해 있었나 보다. 내 쪽을 향해 다가오던 남편이 방향을 틀어 뒤쪽으로 뛰어가는 게 보이는 것이었다.

난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집주인이 근무한다는 빌딩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고 11층에 도착해 집주인을 만나 미리 작성해 간 계약서를 내밀며 새로 도장을 받았다.

남편은 함께 오셨지 않냐는 물음에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요."(그 와중에 순발력 보소!!!)

라고 대답하며 다시 로비로 내려왔다.

로비 뒷문 쪽에 남편이 상대편 일행인 듯 보이는 두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냥 빌딩의 앞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내가 상대편 그 여자의 얼굴을 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만약 이혼을 할 거라면 그때 거기에 맞춰 순서대로 처리를 하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봐봤자 말린 오징어나 북어 대가리 같겠지만 그렇지 않고 양귀비의 환생이기라도 하다면(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말입니다) 내가 얼마나 비참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상처 난 내 마음에 개소리 들어봐야 '멍멍'이지 사람 말로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절대! 절대로 만나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죽도록 두들겨 팰 놈은 남편 한 놈뿐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 가슴이 더 아팠던 건 남편이 천지분간을 못하고 그쪽에 붙어 서서 나를 찾지 않고 그날 밤 시댁에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간을 배 밖에 장식으로 붙이고 다닐 만큼 대담한 건지 그저 아무 생각이 없는 똥 멍청이 인지 가늠이 안 됐습니다. 하....)




빌딩을 나와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여의도를 한참 헤매며 울었다.

당장 친정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모든 일이 너무 벅차고 힘에 겨웠다.

내가 이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거기에 아까 차에서 마구 내리쳤던 손과 팔은 벌써 시꺼멓게 피멍이 들어가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언니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ㅇㅇ야? 거기 어디야? 네가 왜 울어? 잘했어. 상대 쪽 안 본 것도 너무 잘했어. 봐서 뭐 하게. 그리고 아무 데서나 울고 다니지 마. 네가 왜 우니. 이 서방 눈에서 눈물이 나야지. 지금 시댁 가서 애기 데리고 집에 가. 시어머니가 물으면 아범한테 물어보시라고만 하고 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알았지? 지금 택시 타고 바로 시댁으로 가. 울지 말고. 눈물 싹 닦고. 코도 흥 풀고. 잘한다. 우리 ㅇㅇ이."

언니와 통화를 마치고 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고 코도 풀었다.

그리고 길가에 나가서 외쳤다.

"택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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