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말걸 그랬어

이혼이냐, 용서냐!

by 강나루

시댁은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이었다.

지하는 간이 공장(미싱 공장)으로 를 주고 1층은 미용실로 형님이 쓰고 있고 2층은 막내 시이모네가 거주하시고 3층은 시댁이 거주하고 있는 구조였다.

마침 그날이 시이모 딸인 사촌 아가씨의 결혼식 이어서 시댁은 친척 어르신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고 내가 도착하자마자 시이모와 시엄마는 반색을 하며 반기셨다.

시이모는 시엄마와 나이차가 많이 나셨지만 자매 간의 사이가 워낙 돈독하셔서 두 분이 함께 건물을 지으셔서 살고 계셨습니다.
딸이 없어 항상 적적해하시는 어머님에게 제가 '엄마'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하고 마음을 열고 정성을 다하자 시이모는 저를 많이 이뻐해 주시고 저희 딸인 지니가 놀러 갈 때마다 정성을 다해 돌봐주셨어요.
사촌 아가씨들도 지니를 이뻐하고 잘 대해주어 저는 시엄마나 시이모 두 분과 다 허물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어쩌다 시엄마께서 가끔 시집살이 비슷? 한 거라도 시키려 하시면 시 이모가 나서서 다 말려주곤 하셨습니다^^.
제가 이혼을 망설인 데는 두 분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두 분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쏟아져 나왔다.

갑자기 우는 내 모습을 보시더니 시이모께서

"ㅂㅂ는 어디 가고 왜 너 혼자 왔어?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라고 물으셨지만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었다.

어머님은 더 심각해진 목소리로

"ㅂㅂ는 어딨어? ㅇㅇ야. 울지 말고 엄마한테 얘기해 봐. 울지 마라. 추운데 저녁은 먹었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지만 손님들이 계신 데서 더 이상 눈치 없이 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난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난 후,

"엄마, 죄송해요. 저 오늘 지니 데리고 그냥 집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드릴 말씀은 없어요. 자세한 얘기는 아범한테 물어보세요"

라고 말한 후 서둘러 아이의 짐을 싸서 붙잡는 시어머니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이때 느꼈던 감정은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이었습니다. 내가 보는 앞에서 그 년에게 뛰어가 내내 함께 서있었고 내가 먼저 사라져 집으로 아이를 데리고 와 있다는 걸 아는데도 외박을 했습니다. 멍청한 건지, 용감한 건지. 지금 생각해 보니 돌았나 보네요.)

시댁에도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다가 새벽녘이 돼서 기어들어와 작은 방에서 잠이 들 아침이 되어서야 시부모님께 말씀을 드렸고 한다. (뭐 또 벙이처럼 다 생략하고 자기 유리 한대로 대충 얘기해 드렸겠지.)

뭐라고 말씀드렸는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자기변명에 자기 유리할 대로 마음껏 지껄였겠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상처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남편과 시부모가 내게 어떻게 반응을 보이느냐가 중요했다.


그날 아침 8시쯤 되었을 때 시 아버지가 내게 전화를 했다.

첫마디가

"그놈의 새끼가 족보에도 없는 상놈의 짓을 하고 다니면서 조상님의 얼굴의 먹칠을 하고 돌아다니는구나.

네가 많이 속상하고 가슴 아팠겠다.

잘못 가르친 부모로서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데...

너도 뭔가 부족하게 하는 게 있으니 걔가 그런 게 아니겠니? 그러니 서로 반성하고 이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앞으로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 여자가 너무 나대면 남자가 튕겨 나가는 법이야. 알겠니?"

이건 또 무슨 멍멍이 짖는 소린지!!

내가 너무 나대서 내 남편이 그런 병신 미친놈 짓을 했다는 얘긴데 일은 남편이 저지르고 왜 상처 입은 내가 반성해야 하는지 1도 모르겠었다.(지나고 보니 내력 있는 돌아이 짓이었어요. 유전자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이 일이 생긴 후 나는 사람에 대한 신뢰나 믿음, 사랑을 한 순간에 잃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하면 "왜"라는 생각이 항상 먼저 떠올랐고 나는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보다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흙보다, 구겨져 버려지는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라는 생각에 갇혀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잃어 갔고 사는 것 자체가, 매일매일이 고역이고 슬픔이었다.

내 자존감을 내 스스로 깎아내리며 그 상처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사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이는 그런 나를 보고 내 눈치를 보며 짜증 한 번을 안 내고 울음 끝이 길게 울지도 않으며 내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그 무렵부터 자신과 잘 놀아주며 최선의 아빠 노릇을 하던 남편과 아이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금이 가기 시작한 것 같았다.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않아도, 모든 내용을 다 알진 못해도 아이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매사가 짜증이 났고 세상 모든 일에 흥미를 잃게 됐다.

노력하고 살았는데... 그런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돌아오는 건 멸시와 모멸과 무시와 수치와 배신뿐인데.

그리고 어느 누구한테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나를 더 외롭게 했고 이혼이든 별거든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수시로 내 어깨를 짓눌러 왔다.


그때부터였다 결혼 자체를 후회하기 시작한 건.

결혼하지 않았다면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인 딸을 얻는 일은 없었겠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받는 상처와 외로움이 너무 크고 무서워 결혼 자체를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사실 이혼 하기엔 완벽한 조건이었다.

잠시 휴직을 하고 있을 뿐이지 높은 연봉과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직장이 있었고 재벌은 아니지만 힘들 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부모님과 준비되어 있는 아파트, 모든 것들이 이혼이 가능하다고 내게 얘기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나도 나를 잘 알지 못해 괴로워할 때 한 가지 일이 더 벌어졌다.

이 일로 남편은 평생 내게 빚진 마음을 가지게

또 이것으로 첫 번째 이혼의 고비는 어영부영 넘어가게 됐다.




나는 결혼 전부터 항상 몸이 마르고 약해 해마다 여름이 되기 전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한약을 먹고 운동을 해서 체력과 면역력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었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남편이 저지른 일을 참아내며 몇 달간을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못하고 일은 일대로, 아픈 아이 케어는 그대로 해가며 남편을 지켜만 보자니 점점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라가기 시작해 아이 낳고 58kg까지 올랐던 몸무게는 43kg까지 빠져 해골 위에 가죽만 씌워놓은 형상을 하고 가까스로 버티고 다녀야만 했다.

친정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직장일과 육아, 집안일을 하느라 힘이 들어 그런다고 생각하셔서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잠깐 도와주시던 아주머님을 잠시 보내 주셔서 집안일의 고단함에선 한숨 돌리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렇게 두세 달이 지났을 무렵 남편이 내게 뜻밖의 말을 했다.

"여보. 정말 미안한데 나 좀 도와주면 안 돼?

당신 말대로 내가 빨리 정리하려고 일에만 집중하고 거래처 만나는 거 외엔 일찍 퇴근하려고 하고 그 여자 쪽에도 의사 전달하고 했는데... 상대편 쪽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그쪽에선 집안에 알려져 다 엉망진창 되고 이혼당했다고. 나한테 책임을 지라고 자꾸 전화를 해. 우리 쪽은 그때 얘기하고 정리 끝났다고 해도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면서 사무실로 계속 전화를 하네.

그래서 우리 팀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돼서 내가 너무 곤란하게 됐어.

그 여자가 자꾸 당신하고 통화하고 싶다고 하고... 당신 하고 통화하면 우리 쪽도 망가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봐. 어떡하지? 통화 한 번만 해봐 줄 수 있어?

이게 무슨 소린지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내게 지껄이고 있는 줄 알고나 말하는 걸까?


나는 물었다.

"처음부터 내가 모를 줄 알고 그런 짓을 한 거야?

"아니.... 알아낼 줄 알았어...."

"그럼 내가 알고 나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것까진 생각 안 해 봤어"

이게 무슨... 세 살짜리 아이도 이것보다는 나은 대답을 할 것 같았다.

속이 너무 답답하고 숨이 쉬어지지 않아 주먹을 움켜쥐고 내 가슴팍을 세게 내려치며 얘기했다.

'퍽' '퍽' '퍽' '퍽'....!!!!

"당신을 당장 찢어발겨도 시원치 않을 거 같아.

네가 싼 똥을 나더러 치우라는 거야?

사고를 치려면 나 모르게 하던가!

알게 했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깨끗이 처리하던가!

진짜 꼴값도 가지가지다. 정 떨어지게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고.

나더러 뭘 어쩌라고.!!!!!"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고 난 후에 한참을 앉아 있던 나는 남편에게 그쪽으로 전화연결을 하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고 차갑게 경고를 한 후 전화를 넘겨받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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