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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Oct 04. 2020

#2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육회를 먹는다

아래 사진은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는 ‘치킨사시미(토리사시, 鶏刺し)’, 그러니까 닭고기 회요리이다. 교토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초대된 자리에 자주 등장했던 메뉴 중 하나였다. 음식 앞에서 ‘살모넬라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가 치킨 사시미 주변에서 젓가락을 들고 망설이는 걸 보면 초대한 분들은 신선한 재료이니 괜찮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일본 음식을 꽤나 좋아하는데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게 바로 ‘치킨 사시미’, 그리고 ‘바사시(馬刺し)’라고 하는 말고기 회요리이다. 바사시는 일본 사람들만 즐기는 건 아니고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접할 수 있는 요리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익혀 먹는 것으로 익숙한 재료를 생으로 먹는다고 하면 미개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독일의 Mett, 칠레의 Crudo도 생고기 요리이다. 프랑스의 Tartare de boeuf 혹은 Steak Tartare는 기원이 몽고로 우리나라 육회 비슷하게 생긴 생고기 요리이다. 위에 언급된 나라들을 포함해 생고기를 먹는 나라는 상당히 많은데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이다. 육회, 육사시미, 뭉티기가 생고기 메뉴를 부르는 다른 이름들이다. ​에티오피아 사람들도 생고기를 즐겨 먹는데 우리나라 육회와 비슷한 게 ‘끄트포(kitfo)’로 소수민족 중 구라게(Gurage)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지금은 끄트포 전문식당도 많고 대중화되었다. 해외에 에티오피아 전문식당이라고 오픈된 곳을 가보면 예외없이 끄트포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육사시미나 뭉티기는 에티오피아에서 ‘뜨레스가 (tire siga)’ 라고 부르는 메뉴와 가깝고, 신선함이 생명인 것은 같지만 생고기 안에 지방이 많이 섞여 있다. 끄트포든 뜨레스가든 좋아하지는 않지만 에티오피아에서 지내다보면 도저히 먹지않으면 안되는 자리가 많다.



커피산지 방문을 하다보면 농장주인, 길잡이 아저씨들, 수출업체 관계자들과 동행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동행자들은 거의 남자들이고 다들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채소도 싫어하고 과일도 싫어하고 무조건 고기주문이 많다. 예외라면 무슬림들, 혹은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과 단식주간에 움직일 때 뿐이다.

​유명한 커피산지는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수백 킬로미터씩 떨어져있는데 산지에 가면 도시에서보다 과일도, 채소도 신선하고 고기도 물론 신선하고 또 저렴하다. 그러다보니 아침에도 고기, 점심에도 고기, 저녁에도 고기를 먹어야해서 수확철에 지방에 갈 때는 채식주의를 실천하기 어렵다. 게다가 불에 요리한 고기 메뉴보다는 생고기 요리가 식탁에 많이 오른다.

​커피수확철에 에티오피아 커피산지 투어하는 생두 바이어 들이 현지소식과 함께 생고기 요리 사진을 많이 포스팅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다.


동행한 분들이 외국인이라고 나를 배려해주지않는 건 아닌데 알고지낸지 오래 되다보니 식당에서 메뉴 선택할 때는 이제 내가 오히려 그 사람들을 배려하게 된다. 나혼자만 외국인일 때가 많아 산지에 갈 때 따로 한국음식을 챙겨가지 않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문한 음식을 같이 먹게 된다.

​한국 바이어들과 커피산지를 다니면 다들 햇반, 컵라면, 초코파이, 스틱커피, 튜브형 고추장 등을 준비해 와서 덕분에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에서 커피와 함께 한국음식 구경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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