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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어보, 에티오피아 카파, 그리고 A

by 윤오순

물고기도 연기를 한다는 영화 ‘자산어보’를 이제야 넷플릭스에서 봤다.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유배당하던 시절 이야기인데 ‘자산어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변요한 배우가 분한 ‘창대’라는 사람을 보면서 옛날 에티오피아 서남부 카파(Kaffa)에서 내 현지조사를 많이 도왔던 A라는 친구가 떠올랐다. 카파는 유네스코도 인정한 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로 파치먼트 상태의 커피를 땅에 떨어뜨리면 그대로 자라는, 야생커피(Wild forest coffee) 산지가 있는 곳이다.


당시 A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카파 존의 문화관광과에서 말단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 낯선 마을에 도착하면 금방 눈에 띌 수 밖에 없는데 나도 A의 눈에 띄어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황이 될 때까지 시간이 꽤나 걸렸다. 카파 출신에다 인류학을 공부한 A 덕분에 나는 그곳에 머물면서 논문에 필요한 귀한 자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는데 카파 왕국(Kingdom of Kaffa)의 후손을 만나 커피와 관련된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다시 카파를 찾았을 때 A는 카파를 이미 떠난 후라 재회의 기회는 없었다.


영화에서 정약전은 ‘자산어보’ 서문에 창대를 언급하며 많은 물고기 관련 정보를 그에게 도움받았다고 썼다. 나도 A를 박사논문에 언급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를 더 많이 소개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앞으로 카파에서 경험을 글로 쓰거나 말로 이야기할 때 내 이야기만이 아니라 A 이야기도 많이 하려고 한다.


*첫번째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영화 포스터, 두번째 사진은 카파에서 지낼 때 숙소에서 찍은 아침풍경 사진.


#자산어보 #카파 #현지조사 #에티오피아커피 #변요한 #정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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