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커피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한데 가장 일반적인 게 공용어인 암하라어로 ‘분나(bunna)’이다. 인구가 제일 많은 오로모 사람들은 커피를 ‘부나(buna)’라고 부른다. 아라비카 커피의 고향이라고 하는 카파(Kaffa)에서는 ‘부노(buno)’라고 부른다. 돈을 열심히 잘 버는 소수민족으로 많이 알려진 구라게(Gurage) 사람들은 커피를 색다르게 ‘까흐와(qawa 혹은 qahwa)’라고 부른다. 아랍 사람들이 와인을 ‘까흐와’라고 부르는데 이런 말들을 들으면 에티오피아와 아랍지역 간의 교역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다. 구라게 사람들의 식문화가 에티오피아에 끼친 영향이 상당한데 그중 하나가 포스팅한 사진의 버터 커피이다. 암하라어로 버터가 ‘끄베(Kebe)’인데 현지에서 ‘끄베 분나’ 혹은 ‘끄베 까흐와’라고 한다.
버터 커피는 구라게 사람들만 마셨던 건 아니고 에티오피아 고산지대에 가면 ‘제베나(커피 세리머니에 쓰는 검은 토기 주전자)’에 버터를 넣어 커피를 따뜻하게 마시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요즘은 에티오피아의 일반 커피숍에도 많지는 않지만 버터 커피를 판다. 사진은 남부 샤시머니 지역에 있는 커피숍에서 찍었다. 작은 ‘스니(Sini, 커피 세리머니에 등장하는 작은 커피 잔을 그렇게 부른다.)’에 버터 한 조각을 담아 커피와 함께 내는데 사진 속의 걸죽한 기름이 보일 것이다. 에티오피아 전통방식으로 만든 버터맛에 익숙하지 않으면 커피맛이 네맛도내맛도 아닌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도 버터 커피가 ‘방탄 커피(Bulletproof Coffee)’라는 이름으로 한동안 인기였다고 하는데 방탄 커피 원조도 에티오피아가 아닐까 싶다.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곳에 가서 버터 커피를 마셔봤는데 그 사람들은 그 옛날부터 그렇게 마셨다고 그랬다. 고산지대에서 차를 생산하는 곳에 간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도 차를 마실 때 버터를 넣어 따뜻하게 마시는 문화가 있었다. 고산지대에 사는 그사람들한테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버터를 커피나 차에 넣어 마시는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내가 원조라고 싸울 필요가 전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