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보르게세 미술관은 다른 데보다 붐비지 않고 한적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데 오늘 언급할 일이 생겨 반가웠다. 공원의 그린이 좋아 작품 감상을 빨리 끝내고 벤치에 누워 낮잠을 늘어지게 잤었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돌아다녀도 다 못 볼 텐데 무리할 필요 있나, 그런 생각이었는데 이십 대 초반에 내 그런 여행 철학이 좋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래서 가끔 귀한 걸 놓치기도 하고, 뭐 그렇다.
개인 소장 작품 뮤지엄 중에 보르게세도 좋았지만 나이가 좀 들어 다녀온 캘리포니아의 패서디나(Pasadena)에 있는 노턴 사이먼 미술관(Norton Simon Museum)을 좋아한다.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는데 컬렉션이 좋아 머무는 동안 여러 차례 갔었다. 난 꿈을 잘 안 꾸는데 며칠 전 꿈에 이 미술관 가든에 있는 조각상들이 떼로 등장해 이게 무슨 난리 인가 싶어 꿈해몽을 찾아보기도 했다.
노턴 사이먼 미술관에는 드가의 작품이 꽤 많고 내가 좋아하는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 Portrait of the Artist's Wife가 소장되어 있다. 공간 운영을 넓게 하고 있어 바글거리는 느낌이 없고 미술관 밖의 공원도 좋다. 역시나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여기서도 낮잠을 즐겼다는.....
중국 편도 비행기가 900만 원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는데 맘먹으면 언제든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분들한테 코로나 19는 어마어마한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올해는 아무래도 에티오피아에 못 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새로 이사한 집에 짐도 다 두고 왔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