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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Dec 30. 2023

2024년에도1%같은 사람으로


일본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We Couldn’t Become Adults>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세상 사람들의 80%는 쓰레기일 뿐이고, 나머지 20%는 찌꺼기….난 그래도 좋은 사람이 1% 정도는 있다고 생각해.” 그랬더니 그의 친구가 “그건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대꾸한다. 일본 드라마 <우리들은 기적으로 되어 있다 Miracles>에 그런 1% 같은 사람이 나온다. 주인공이 “태어난 것도 대단한 일인데 이 세상에는 대단한 일이 아주 많아요. 내가 아직 모르는 일도 아주 많습니다. 대단해요.” 주인공이 하는 말에 완전 공감하지만 동시에 나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여행하다 길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편인데, 사진은 지난 여름 제주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만난 분이다. 80세가 다 되어 가는 분인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같이 걷고, 또 걸으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길이 없는 줄도 모르고 무작정 그분을 따라 가는 중에 저 장면을 찍었다. 그 짧은 시간에 ‘우리’ 사이에 생긴 신뢰감과 우정이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내 베스트 프렌드인 엄마를 그분한테서 느껴서 더 편안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오래 만난 친구처럼 카페에 들러 맛있는 커피랑 디저트를 나눠 먹었다. 그분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금빛 햇살에 출렁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같이 찍었다. 우린 서로 다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가까운 사람들한테 말하기는 쑥쓰러운,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눴다. ‘수요미식회 나왔던 고깃집에 가자고 해서 거기서 서로 고기도 구워서 나눠 먹었다.  사이의 공기가 정말 따뜻했고, 작은 체구이지만 그분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그때 나이가  들어도 그분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분이 제주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같이 기다려도 좋겠냐고 해서 그래도 좋다고 했다. 리무진 버스가 오자 서로 가볍게 포옹을 나눴고, 그렇게 우린 헤어졌다.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그분을 생각했는데 마음이 따뜻했던 것을 기억한다. 제주를 떠날 때만 해도 서로 다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그분한테 전화가 와서 새해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앞으로도 자주 이야기하고 자주 만날  같다. 2023 내가 꼽은 제일 아름다운 추억이다.


올해 읽은 좋은 책, 좋은 영화를 기억하다 올해 만난 사람들을 떠올렸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쓰레기 혹은 찌꺼기 같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중엔 세상 물정은 잘 몰라도 나한테는 괜찮은, 1%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새해라고 뭐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지만 내년에도 나는 ‘대단하고 왕성한 호기심’으로 재미있게 살 계획이다. 주변에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해도 할 수 없다.


여러분, Happy New Year!


#연말연시 #한해를돌아보며 #1%같은사람 #새해인사 #HappyNew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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