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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퍼펙트 데이즈

by 윤오순

아는 분이 ‘퍼펙트 데이즈’라는 영화를 보고 눈물이 터졌다길래, 나도 다시 한번 봤어요. 사람들이 주인공의 단순하고 루틴한 일상을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런 일상보다는 주인공이 청소하던 도쿄의 화장실이 더 궁금했어요. 영화 속 그 화장실들,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되면 일정이 아무리 바빠도 꼭 찾아보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주인공처럼 화장실 벽 틈에 작은 흔적 하나 남겨두고 올까 싶기도 하고요. 그 틈에 누군가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상상까지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일본에서 석사 과정을 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메모를 남겼는데, 나가사키 여행 관련 내용이었죠. 그 당시 일본어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던 터라 메모도 일본어로 했어요. 그리고 한참 뒤, 그 책을 다시 봤는데… 누군가가 내 메모에 답장을 남겨둔 거예요! 여행 잘 다녀왔는지 묻고, 나가사키에서 가볼 만한 곳도 추천하면서요. 나도 답장을 남겼는데, 결국 졸업하면서 그 대화가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어요. 이 영화 보면서 그 도서관 메모가 문득 떠올랐어요. 일본에는 이런 소소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 그 음악이 제가 예전에 출연했던 EBS 세계테마기행 “나는 전설이다 에티오피아” 편 인트로에도 나왔어요. 그때 PD님이 이 영화를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인트로가 떠오르더라고요.


요즘은 유튜브 쇼츠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가끔은 영화 주인공처럼 퇴근 후 집에 와서 독서는 안 하고 혼자서 쇼츠 장인이 되겠다고 편집하는 제 모습을 상상해요. 물론 현실에서의 나죠. 눈이 침침해 안경을 벗었다가 다시 쓰고… 그러면서도 벌써 27개나 업데이트했어요. 알고리즘이 저를 도와주는 건지 노출도 팍팍 시켜주고요. 그런데 클릭률이 조금 저조한 걸 보니, 역시 썸네일을 hook하게 안 만든 탓인 것 같아요.


제 채널에는 윤박사, 에티오피아 커피, 기타 커피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이 조금 지겨워할 수도 있는 진정성(?) 같은 게 담겨 있어요. 그래도 뭐, 인생 별거 있나요? 욕심 부리지 말고, 좋아하는 일 하면서 평온하게 사는 게 최고죠!


#퍼펙트데이즈 #잘먹고잘사는법 #쇼츠장인을꿈꾸며 #윤박사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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