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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크레타에 가다 (2탄)

by 윤오순

크레타(Crete)에서 꼭 해야할 일을 다 끝내고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 (The Nikos Kazantzakis Museum)에 들렀다. 어딘가에 그의 묘지도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도 애매하고 교통편도 쉽지 않아 포기하고 아쉽던 차에 박물관으로 향했다. 내가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개관은 했지만 공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여기저기 공사자재들이 널려 있어 밖에서만 보면 실망스러운데 안에는 작가의 육필 원고들, 각 나라에서 번역된 그의 작품들 등 볼거리들이 꽤 많았다. 일본어, 중국어 버전의 <그리스인 조르바 Zorba the Greek>를 보고 한국어 버전도 있겠지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없었다. 이제 고인이 되신 이윤기 선생도 크레타를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고, 조르바 혹은 이윤기 선생을 기억하는 한국인들이 심심찮게 크레타를 방문한다고 들었는데 아쉬웠다. 그뿐이었다.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또 바쁜 일들에 밀려 내가 크레타에 다녀왔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책 관련 사이트를 검색하다 우연히 <그리스인 조르바> 광고를 보게 되었다. 한국에 번역은 이윤기 선생이 했지만 버전이 다른 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출판사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반가운 마음에 광고에 등장한 출판사에 메일을 띄웠다. 홍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크레타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에 한국어 버전의 <그리스인 조르바> 책을 한 권 보내주실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답변을 받을 거란 기대는 안했지만 혹시나 싶었다. 물론 출판사에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내가 출판사 담당자라도 왠 오지랖인가 그랬을 것 같다.

내가 유학 중일 때 가끔 일용할 양식이나 읽고 싶은 책을 보내주던 내 친구 기 노 작가(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가 생각났다. 특별히 바쁜 일 없으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에 고 이윤기씨가 번역한 <그리스인 조르바> 책 한 권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덧붙여, 책 받고 관계자가 놀랄지도 모르니 짧은 메시지도 함께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친구한테서는 "접수!!" 라는 답이 바로 왔다. 그리고 또 잊고 있었다.

그후 오래지 않아 박물관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인이 보낸 책을 받았으며, 잘 전시해놓겠다고 했다. 물론 많이 고맙다고 그랬다. 내 오지랖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기회가 되면 크레타에 다시 가고 싶은데 그때 니코스 카잔차키스 박물관에 가면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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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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