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이야기-할머니의 방문

뚱이의 어린이집 첫 적응기-울음소리가 귀에 밟혀 한달음에 오신 할머니

by 막뚱이



힘든 순간에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할머니다. 할머니는 이 지구상에 나보다도 더 내 걱정을 하는 아마도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엄하고 무서운 호랑이 할머니였지만, 손주 걱정만은 마을 사람들 말에 따르면 ‘유난’이었다. 할머니의 걱정과 정성은 내가 어린이집에 막 다니기 시작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느 아이들처럼 나도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하는 아이였다. 언니는 지금 집에 오기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여서 지금 집으로 온 후, 새로운 어린이집에 곧잘 잘 적응하고 다녔다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이집 통학차가 오면 나는 그 당시 동네 회관에서 구판장을 하셨던 작은집(할아버지 동생 댁) 할머니 목을 끌어안고 세상이 떠나가라 울며 어린이집 차에 탑승하기를 열렬히 거부했다고. 그렇게 울음바닷 속에 등원 하기를 며칠 째, 나를 억지로 떼어 내어 어린이집에 보내고,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던 할머니 귓가에 계속 내 울음소리가 맴돌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도저히 손에 일이 안 잡혀 낫이고, 호미고 다 내팽개치고, 어린이집까지 걸어서 30분 거리를 휘적휘적 달려오셨다. (할머니는 그때는 나도 참 젊었다고 덧붙이신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볼풀장에 혼자 우뚝 서서 엉엉 울고 있었다. 할머니는 어린이집 선생님께 안 되겠다며 나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하셨지만, 선생님이 만류하시며, 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얼른 돌아가시라, 다들 이러다 괜찮아진다고 안심하시라 하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무거운 걸음으로 눈물을 훔치며 다시 그 30분 거리를 걸어 밭으러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생계로 해가 지기 전에 집을 나서 해가 다 저물고 나서야 집에 들어오실 정도로 늘 바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나를 보내야 했지만, 늘 손녀 걱정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남아 있는 어린이집 근처를 지나갈 때면, 젊은 나도 걷기 편치 않은 이 거리를 어떻게 할머니의 몸으로 오실 생각을 했을까 괜히 짠해진다.


어려서부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전환점 앞에 늘 어려워했다. 남들보다 적응이 더 걸리는 나는, 새 학년으로 올라가거나, 갑자기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게 되고, 또 직장에 첫 출근을 하는 등 여러 첫 순간들 마다 할머니가 먼저 생각났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만 마찬가지지만, 힘들 때면 할머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 나보다 나를 걱정해주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할머니가 나를 찾아오셨던 그때처럼, 내 마음속에 할머니가 방문하신다. 용기를 내라고.




#에필로그

가장 힘들 때 결국 생각나는 건 가족인 것 같아요. 이미 여러 번 들은 에피소드지만, 언제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지만, 왠지 모르지만 계속 듣고 싶어 지더라고요. 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어렸을 때 추억이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 때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추억입니다. 아마 대부분은 이런 추억, 마음이 달달 해지는 그런 가족 추억 하나씩 품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제 슬슬 찬바람도 부는데, 마음을 데워줄 추억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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