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 코리빙은 공유경제인가
이전 챕터에서 알아보았듯이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그 정의 및 활용에 있어 다양한 의미를 갖지만 코리빙을 공유경제 기반의 비즈니스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알아본 정의들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은 없기 때문입니다. 즉,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공유하여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모습은 로렌스 레식 교수의 협력적 소비 관점과 동일합니다.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업이라 불리는 방식도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공유경제와 부합합니다. 임대업으로 적합하지 않은 혹은 부족한 자산을 코리빙으로 전환하여 성공한 사례는 텐센트 연구원들이 정의했던 유휴 자원을 공유하고 나아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정의에 또한 부합합니다. 물론 아룬순다라라잔 교수의 다섯 가지 특성이 모두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지만 이 또한 아룬 교수가 토로했듯이 자신의 정의조차 모든 공유경제를 아우르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코리빙이야 말로 공유경제를 가장 잘 실현한 비즈니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의한 공유경제의 정의가 제가 생각한 바를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한정적인 자원만을 소진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유형, 무형자산(공간, 시간 포함)을 누적하여 의미 있는 규모로 키워 규모의 경제를 만든 후 그 혜택을 자산의 기여자에게 재분배하여 파편화되었을 경우엔 누리지 못하는 혜택을 보게 하는 경제 시스템”
팝업시티의 저자 음성원 님은 공유경제는 1/n 경제라고 하였습니다.(주1)이 또한 틀리지 않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유경제는 단순히 1/n 이 넘어선 것이라 생각합니다. 1+1 이 2를 초과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 공유경제의 핵심 매력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의 경우 데이터베이스 생성에 개개인이 투자하는 시간은 매우 적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그 파편화된 시간이 누적되어 만들어낸 성과물은 엄청납니다. 단순히 시간의 합만으로는 이루어낼 수 없는 인류 지성사에 남을 만큼의 업적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우버는 하루의 대부분을 주차공간에서 쉬고 있는 자동차를 깨웠습니다. 아주 일시적으로만 사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을 우버라는 플랫폼에 태워 금전의 창출이라는 새로운 혜택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럼 이제 코리빙으로 넘어가 봅시다. 세 가지 측면에서 코리빙은 공유경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개개인의 공간에 대한 약간의 기여로 의미 있는 큰 결과를 창출합니다. 둘째,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코리빙 공간은 그 자체로 구성원들끼리 유휴자원을 상호 공유하는 공유경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셋째, 부동산이라는 큰 틀에서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유휴자원의 공유를 통하여 부동산의 공실을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재개발, 재건축 등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언급한 이유와 같이 개인의 소규모 공간 기여로 의미 있는 영향력이 있는 큰 공간으로 재 탄생됩니다. 커먼타운과 같은 코리빙 서비스는 개인에게 할당된 공간 중 아주 적은 면적을 분리하여 한 곳에 모아 놓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어떤 사람이 코리빙 사업자와 10평 면적으로 특정한 룸을 계약했다면 실제 룸 공간은 8평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10명의 개인으로부터 분리해 낸 그 2평의 공간은 20평의 멋진 거실과 키친으로 거듭납니다. 일주일에 몇 번 쓰지 않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구매하기 위한 돈과 그 가전제품을 놓을 장소도 또한 공유경제 개념으로 풀어내면 비용 절감과 장소 이용의 최적화가 됩니다. 1인용 냉장고도 좋지만 기능이 더 뛰어난 양문형 냉장고를 혼자 구매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설사 구매하여도 그 큰 냉장고를 혼자 다 사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놓을 공간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나 공용공간에 공용의 냉장고를 설치하게 된다면 삶의 질은 훨씬 향상됩니다. 한편, 10평도 되지 않는 본인의 룸 청소를 위한 짧은 시간만으로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인접한 룸을 같이 청소하게 되면 장시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고 이러한 경우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효율이 나오지 않아 시행할 수 없는 서비스가 시행할 수 있는 규모로 거듭납니다.
두 번째 언급한 내용은 재능 또는 노동력에 대한 공유경제 개념입니다. 앞서 공유경제를 1/n 경제라고 했던 도시전공학자 음성원 님은 사람의 교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우연히 마주치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지고, 교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간다. 여러 차례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과는 조금씩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게 되고, 조금씩 친밀감이 높아지게 된다. 평상시에는 교류의 기회가 전혀 없던 사람들과의 이런 만남은 융합적 사고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주2) 이는 공간의 공유로 인하여 생긴 자연스러운 교류가 어떠한 힘을 갖게 되는지 보여 줍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강한 친밀감과 연대감이 생기고 각자의 특성과 장점을 활용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게 됩니다. 이 부분은 다년간의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더 가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재능이 나뉘고 그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아 코디네이션 또는 큐레이션의 기능이 공급자로부터 제공되면 훨씬 더 매끄러운 생태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공유경제의 속성을 만족하게 됩니다. 실제로 코리빙의 입주자들은 확률적으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그들의 직업에 기반한 전문지식의 교류는 가장 기본적인 재능 또는 노동력의 공유입니다. 이는 코리빙이 아닌 주거 형태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속성이며 요즘 많은 이들이 이런 네트워크를 위하여 별도의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가입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국가 혹은 적어도 대규모 사회 집단 안에서 바라보아야 할 내용입니다. 주거에 있어 유휴자원은 비어 있는 부동산입니다. 전국적으로 빈집이 126 만채이며(주3) 서울만 해도 9만 3천 채라고 합니다.(주4) 만약 이러한 빈집이 일부라도 코리빙으로 전환된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까요? 그러한 부동산에 대한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이는 곧 자원의 절약이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까지도 연관되게 됩니다. 물론 저도 부동산 공인중개사로서 빈집과 재개발의 메커니즘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하의 부동산 합리화 정책을 고려한다면 과거의 메커니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사 백번 양보하여 기존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해도 이자 등의 자본비용 상쇄, 혹은 기회비용의 보전 등을 위하여 코리빙으로의 개발은 또 하나의 공유경제를 작동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여기서 왜 여러 가지 주거 형태 중 코리빙이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 것이라 생각하고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후 주택의 기본 형태상 원룸 등의 구조 변경보다 코리빙이 비용 합리적이며, 노후 주택은 경제적 여건이 어느 정도 갖춰진 기성세대가 외면하기 쉬운 주거 형태지만 아직 사회 초년생 또는 소외계층의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LH가 추진 중인 정부의 셰어하우스 사업은 2022년까지 총 5만 실을 목표로 노후된 주택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코리빙은 공유경제의 기본 사상을 내재하고 있고 실제 비즈니스의 모습에서도 공유경제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내용에서도 공유경제를 염두에 두시면 코리빙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1) 팝업시티, 에어비엔비와 공유경제, 그리고 도시의 진화, 이데아, 음성원, p.30
주2) 위의 책, p. 128
주3) 전국 빈집, 126만 4707채로 부쩍 늘어…수도권은 공급 계획 주택 수보다 많아, 경향신문, 2018. 11. 12
주4) 서울특별시 데이터셋, 서울시 빈집 현황(구별)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