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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소 Feb 27. 2016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해도 우린 함께일까

할 말은 많은데 나오는 건 한숨뿐

앨범을 정리하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옛 연인의 사진을 봤다.

한 때 가장 가까웠지만

이젠 목소리도 기억 나지 않고

낯설기만 한 사람.


그와 나는 여느 연인들처럼

알콩달콩하다가 무덤덤하다가 하는

평범한 커플이었다.


그를 많이 사랑한다기 보다는

그저 잘해주는 것이 즐거웠던 그 때의 나는

나름대로 애쓰며 그에게 이것저것 챙겨주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누군가가 그에게 여자친구 맛있는 거 좀 사줘 라고 말했고

 나는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알아?"


왜 문득 그 질문이 나왔는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겠다.

다만 스스로 짐작컨대 나도 모르게 서운한 무언가가

내 속에 계속 쌓였었던 것 같다.


그 질문에 그는 내가 만족할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고,

어떻게 보면 참 유치하게도

나는 그 후 그가 너무 불편해졌다.


그때부터 그와의 관계 하나하나 다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나와 함께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몰라.

이게 나를 좋아하는 게 맞을까.


그 계산의 끝은,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한다 말할 정도로

그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라는 것


결국 후에 그와 이별을 하고

꽤나 긴 시간을 그와 공유했지만

정말 아름답게 사랑했다 추억할만한 것은

단 두가지만 떠오른다.


내가 아파 누워있을 때

찬 바닥에 누워 내 손을 잡고 있던 그 순간,

또 한 쪽 이어폰 씩 나눠끼고

밤거리를 거닐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내 귓가에 속삭여줬던 순간


우습게도 두가지 순간 다

연인이 된 뒤 한달 내에 있었던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후에 좋은 추억이란 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도 가장 많이 좋아했고

가장 오래 만남을 이었던 사람을 꼽으라면

고민없이 그를 꼽겠지만,

그와 인연을 맺은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오래 함께일 필요가 있었을까


우리가 함께한 세월에 의미가 있을까.


스파이더맨 대사였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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