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 퍼레이드

열여덟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하루는 24시간이다.

- 잠은 8시간

- 2끼를 먹고 준비와 정리시간까지 합하면 2시간

- 작업실에 나가는 날이라면 왕복 이동에 1시간

- 영어공부(듀오링고, 스픽)와 독서시간을 합하면 1시간

- 레슨 1시간으로 일단 잡아두고

- 아침저녁 샤워와 머리 말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1시간 20분

- 집안일 1시간으로 잡아두고

- 운동 1시간


이제 7시간 40분이 남았다. 꼭 하고 싶은 일을 배치해 보자.

- 일기와 플래너 1시간 40분(너무 많다고 지적될 것이 뻔하지만)

- 휴식 2시간


그러면 4시간이 남는다. 위에 쓴 다른 일들을 효율적으로 제시간에 해낼 수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이 4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에 좋은 변화가 생길 수도, 제자리에 머물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은 이 4시간을 SNS와 게임, 유튜브 보기에 할애했다. 위에 나열한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미뤄두고 논 시간이 솔직히 더 많다. 그 결과 주변의 누구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가능성에 대해 믿지 않게 되었다. 지킬 수 없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왜 실행되지 못하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누구나 갓생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려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안정된 직장과 수입, 크게 아픈 곳이 없는 몸, 월세가 나가지 않는 집, 그 외에도 있으면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 나는 이 모든 게 없다. 그럼에도 잘 살고 싶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꽤 많은 시간 음악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 왔다. 그러나

1. 그만둔다고 말할 만큼 제대로 음악을 하고 있지 않다.

2. 음악 말고 다른 기술이 없다.

3. 몸이 약하고 큰 병이 많다.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시간을 할애해 오던 다른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앱테크이다. 걸음수를 채우고 광고를 보면 적은 돈을 주고 그 돈을 모아 기프티콘을 살 수 있는데 꽤 쏠쏠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내가 사용하던 앱 중 '발로소득'이라는 앱이 새해가 되면서 정책을 바꿔 사용자들이 그동안 모은 캐시를 사용하지 못하게 제한하고, 사용하려면 다른 지원금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걸 선착순으로 매일 소량 푸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정시에 들어가도 모두 매진.. 많이 모아 치킨이라도 사 먹어야지 하고 그동안 계속 모은 3만 5천 원이 날아가게 생겨 오늘은 화가 많이 났다. 그래서 앱스토어에 별점을 하나 남기고 불만사항을 쓰고,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겼다. 그러다가 시계를 봤는데 40분이 흘러 있던 것이다! 내 40분! 그리고 그동안 그 앱을 쓰며 사용한 매일의 소중한 시간들! 나의 어리석음을 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3만 5천 원을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고 앱을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다른 캐시 앱들도 갖고 있는 포인트를 사용하면 그만 둘 생각이다. 분노를 유발하는 일은 내 선에서 차단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걸 키우고 또 키워서 커다란 덩어리로 만들면 결국 더 손해를 보는 건 내가 될 뿐이다.


오늘은 4시간 중 40분을 분노하는데 썼고, 40분은 이 글을 쓰는 데 썼다. 이제 2시간 40분 동안 음악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바로 습관이 되는 건 아마 힘들 것이다. 어떤 사람은 습관을 만드는데 21일이 걸린다고 하고 100일이 걸린다는 얘기도 있던데, 일단 작은 단위로 실행하며 체크해 볼 생각이다. 또 잊고 멍하니 유튜브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새해니까, 결심하기 좋은 시기니까 도전해 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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