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스미스 듣는 월요일

열아홉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엘리엇 스미스를 처음 본 건 199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였다. 뭔가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가수, 그러나 그의 노래는 그때의 내 마음과는 무척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어울리지 않는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https://youtu.be/wPf-hRoZDp4?si=D0MYLv_ctnqRCMAu

난 엘리엇 스미스를 많이 좋아하진 않았다. 그런 느낌 있잖은가, 싫은 것도 아니고 매우 좋은 것도 아닌, 좋긴 좋은데 진짜 좋아해 라고 말할 수는 없을 정도의 좋음. 꽤 유명해진 그가 부르는 노래를 몇 곡 찾아듣긴 했지만, 앨범의 전곡을 무한 반복한다던가 하는 정도로 사랑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자신에게 스스로 칼을 찔러 넣었다는 그런 얘기. 너무 안타까운 얘기였지만 그 당시의 나는 자살사고에 심하게 시달리고 있었기에 그런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 그를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감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죽고 싶을 때마다 내 가슴에 칼을 찔러 넣는 상상을 했다. 칼날이 가슴에 닿고 더 힘을 주어야 하는 그 순간에 대해 생각을 하면 너무 무섭고 고독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무서워서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뭘 알 수 있었겠는가. 아직 살아있다는 실감 외에 내가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금의 나는 자살사고에서 거의 완전히 벗어났다. 너무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 너무 잘 살고 싶어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예외는 없다. 내게 남은 시간이 30년 일지 3년 일지 3시간 일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거지. 그래도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면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노트에 좋아하는 만년필로 뭔가를 끄적이며 즐거워하고 싶다. 오늘밤엔 엘리엇 스미스의 세이 예스를 들으며 테무에서 산 가죽 바인더에 디아민 몬보도스 햇 잉크를 넣은 홍디안 920s로 가사를 필사해볼까 한다. 모두들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힘든 시간들을 버텨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힘없이 쓰러지는 대신에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굳건히 서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https://youtu.be/BWJ1l5IqKug?si=p5AIZQR_Z4PeJ3SQ

Say Yes - Elliott Smith


I'm in love with the world
나는 세상과 사랑에 빠졌어요

Through the eyes of a girl
한 소녀의 눈을 통해 말이에요

Who's still around the morning after
아침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곁에 머물러있는

We broke up a month ago
우리가 한 달 전에 헤어졌지만

And I grew up, I didn't know
내가 모르는 사이 나도 많이 성장했네요

I'd be around the morning after
내일이 지나도 나는 이곳에 있을 테니까


It's always been wait and see
두고 보면 항상 똑같은 일이었어요

A happy day and then you pay
행복한 날들 뒤엔 늘 대가를 치러야 했고

And feel like shit the morning after
다음날 아침에는 절망스러운 기분이 들었죠

But now I feel changed around
하지만 나도 이제 변한 거 같아요

And instead of falling down
힘없이 쓰러지는 대신에

I'm standing up the morning after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굳건히 서있을 테니까


Situations get fucked up
산다는 게 완전 엉망일 때도 있지만

And turned around sooner or later
조만간 나아지고 변하는 것이지요

And I could be another fool
내가 그저 바보 같은 걸까요

Or an exception to the rule
아니면 혼자 세상의 규칙을 벗어난 걸까요

You tell me the morning after
당신이 내일 내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Crooked spin can't come to rest
이미 지나간 시간들은 돌이킬 수 없어요

I'm damaged bad at best
나는 견디기 힘든 고통과 싸우고 있어요

She'll decide what she wants
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길을 걸을 거예요

I'll probably be the last to know
나는 아마 끝까지 모를지도 모르죠

No one says until it shows, see how it is
누구도 내게 말해주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잖아요

They want you or they don't
그들이 당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Say yes
그냥 그렇구나 해버려요


I'm in love with the world
나는 세상과 사랑에 빠졌어요

Through the eyes of a girl
한 소녀의 눈을 통해 말이에요

Who's still around the morning after
아침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곁에 머물러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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