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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월요일밤

서른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지난주엔 일이 있어 강릉에 다녀왔다. 일이 끝난 후엔 강릉에 사는 친구네에 가서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날 그 친구의 와인샵 비노에올리바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왔다. 무척 특이하고 맛있는 장칼국수집에도 갔었는데 김치맛이 엄마가 어릴 적 담아주시던 김치맛과 흡사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에 대한 추억이 벌써 많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어떤 것이 궁금해도 엄마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다. 더 기억력이 나빠지기 전에 많이 기록해두려고 했었는데, 그 기억들을 마주하면 엄마가 돌아가신 것이 너무 실감이 나서 마주 바라보는 것을 계속 미루고 있다. 4월에는 기억나는 이야기들을 꼭 기록해 둬야지 다시 다짐해 본다.


뭘 어떻게 해야 의욕이 다시 생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예술인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첫 상담이 내일로 다가왔고 아주 조금 기대하고 있다. 크게 기대하면 또 실망을 하게 될까 봐 조금의 기대만 가지려고 한다. 사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은 내가 만든 일들이고 결국 그걸 해결하는 건 내 몫임을 잘 알고 있다. 그 이야기를 스스로에게서 이끌어내 주는 것이 상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잘 맞는 상담선생님을 만나서 내 안을 잘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브런치에 월요일밤 글을 올리는 것이 벌써 서른 번째가 되었다. 별로 좋은 글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서 뿌듯함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내 글들을 읽고 하트를 눌러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소중한 시간을 내 글을 읽는데 내어주시고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안다. 나도 주변의 이야기들에 더 귀 기울이고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앞으로도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오지 않더라도 월요일엔 꾸준히 글을 올려보려고 한다. 계속 마음을 다잡고 잘 안되던 일을 다시 시도하고 그런 경험들을 꾸준히 써나가고 싶다. 이 글들이 쌓여 백 번째 월요일밤쯤 되면 조금은 더 나아진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내 속도에 맞게 살아가자. 주변의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나에게 집중하며 작은 것이라도 조금씩 쌓아 올려보자.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큼인지에 상관없이 후회 없는 오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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