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짧은 기쁨

서른한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지난주에는 문구페어 2025 인벤타리오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2시간쯤 둘러보고 나오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친구와 함께 물품 구입하고 체험 이벤트 참여하며 부스를 도니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사람들이 꽤 많아서 뚫고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고 구입하는데 에너지가 꽤 많이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갔던 목요일이 제일 사람이 적었던 날인 것 같았다. 주말에 갔으면 부스 도는 것 거의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을 듯싶다.


IMG_9674.heic

위 사진이 구매 물품들을 찍은 건데 얼마 안 샀다고 생각하고 SNS에 올렸더니 트친님이 많이 사셨네요! 하셔서 나의 문구에 대한 소비습관에 조금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스티커 한 장에 2천5백 원이라고?! 하며 놀라다가 나중에는 7천 원짜리 스티커도 여기 아니면 못 사 싶어서 냉큼 집어 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눈에 띄는 스티커들을 꽤 많이, 자수 책갈피와 너무 맘에 드는 회색 잉크 한병, 플래너로 유명한 모트모트에서 새로 나온 만년필 가능 노트도 한 권, 귀여운 고양이발을 찍을 수 있는 스탬프, 높은 음자리표 클립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위의 인증샷을 찍고 싹 정리해서 넣었다. 나는 집정리는 정말 못하는데 문구는 즐겁게 쓰기 위해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하는 편이다. 스티커가 어딨는지 몰라 다꾸할 때 못쓰면 안 되기 때문에.


좋아하는 물건을 살 때는 무척 기분이 좋다. 기쁨이란 감정을 소유하게 된 느낌이 든다. 소비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래 지속되는 기쁨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쁨은 언제나 짤막하고 단편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쁨들이 모여 날 살아가게 했다. 문구를 사고 얻게 되는 보장된 행복이 그래서 내게는 중요하다. 세상에는 마음에 드는 새로운 문구들이 넘쳐나고, 앞으로도 내 취향에 맞는 문구들을 들이며 - 그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통장잔고를 유지하며 -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계속되는 월요일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