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월요일밤
지난주에는 문구페어 2025 인벤타리오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는 2시간쯤 둘러보고 나오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친구와 함께 물품 구입하고 체험 이벤트 참여하며 부스를 도니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사람들이 꽤 많아서 뚫고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고 구입하는데 에너지가 꽤 많이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갔던 목요일이 제일 사람이 적었던 날인 것 같았다. 주말에 갔으면 부스 도는 것 거의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을 듯싶다.
위 사진이 구매 물품들을 찍은 건데 얼마 안 샀다고 생각하고 SNS에 올렸더니 트친님이 많이 사셨네요! 하셔서 나의 문구에 대한 소비습관에 조금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스티커 한 장에 2천5백 원이라고?! 하며 놀라다가 나중에는 7천 원짜리 스티커도 여기 아니면 못 사 싶어서 냉큼 집어 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눈에 띄는 스티커들을 꽤 많이, 자수 책갈피와 너무 맘에 드는 회색 잉크 한병, 플래너로 유명한 모트모트에서 새로 나온 만년필 가능 노트도 한 권, 귀여운 고양이발을 찍을 수 있는 스탬프, 높은 음자리표 클립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위의 인증샷을 찍고 싹 정리해서 넣었다. 나는 집정리는 정말 못하는데 문구는 즐겁게 쓰기 위해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하는 편이다. 스티커가 어딨는지 몰라 다꾸할 때 못쓰면 안 되기 때문에.
좋아하는 물건을 살 때는 무척 기분이 좋다. 기쁨이란 감정을 소유하게 된 느낌이 든다. 소비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래 지속되는 기쁨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쁨은 언제나 짤막하고 단편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쁨들이 모여 날 살아가게 했다. 문구를 사고 얻게 되는 보장된 행복이 그래서 내게는 중요하다. 세상에는 마음에 드는 새로운 문구들이 넘쳐나고, 앞으로도 내 취향에 맞는 문구들을 들이며 - 그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통장잔고를 유지하며 -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