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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야기

서른네 번째 월요일밤

by 오소영

이야기를 쓰고 싶다. 철저하게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아주 예전에는 짧은 단편을 가끔 쓰고는 했었는데 이제 글이 조금만 길어져도 힘들어진다. 소설가 선생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긴 이야기를, 그 속의 세상과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기억나는 꿈에서 힌트를 얻어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 최근에 꾼 꿈 중에 제일 또렷하게 기억나는 꿈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나는 어떤 먼 친척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집은 평화로워 보였고 엄마, 아빠, 자매 둘로 이루어진 가족이었다. 난 자매들과 함께 있게 되었는데 그들이 가까이 오더니 이상한 생명체를 내 몸에 넣으려고 했고, 싸우다가 그 생명체는 자매 중 한 명의 몸에 들어가게 되었다. 눈을 까뒤집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잠시 보다가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을 향해 나가려는데 그 집의 유리로 된 천장을 통해 가오리 형태를 한 외계생명체가 떼 지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뛰쳐나가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같이 도망치게 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저속노화 의사 선생님과 많이 닮아 보였다(!). 우리는 함께 무작정 뛰다가 절벽을 만났다. 그 순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옆의 사람에게 예전부터 친해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대답도 없이 절벽을 뛰어내렸고 아주아주 멀리 아래에 있는 깊은 물속에 퐁당 빠졌다. 난 생각할 틈도 없이 따라 뛰어내렸다. 끝없이 이어지는 낙하의 기분..을 느끼며 꿈에서 깼다.


소설가라면 이 정도의 스토리로도 단편소설쯤은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정도가 최선이다. (최선일까?) 어쨌든 꽤 흥미진진한 꿈을 많이 꾸는 편인데 대부분은 잊어버리고 기억나는 것들도 작게 조각난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을 잘 이어 붙여도 재밌을 것 같은데 시도를 할 생각도 못해봤다. 원래 안 해본 것이 제일 두려운 법이니,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짧은 소설을 쓰는 시간을 마련해 봐야겠다. 좋아하는 만년필로 노트에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위의 긴 꿈은 지난주 내가 바뀐 약의 부작용으로 14시간씩 잘 때 꿨던 거구나. 멀쩡할 때는 꿀 수 없는 꿈이려나. 그렇지만 글을 쓰기 위해 약기운을 빌릴 수는 없고.. 역시 정석대로 책을 많이 읽고, 내 이야기를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겠다. 언젠가는 나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물론 음악을 먼저 잘 만들어야겠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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