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번째 월요일밤
5월이 되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어렸을 적 엄마와 함께 어린이날에 놀이공원에 갔던 기억이 있다. 엄청나게 사람이 많았고 줄을 서서 오래 기다린 끝에 놀이기구를 겨우 탈 수 있었다. 함께 탄 언니는 힘들어서 표정이 안 좋았고 나는 그래도 탈 수 있어서 좋았는지 밝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엄마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일요일 새벽에 잠들어 14시간 정도 자고 겨우 깼다가 음식을 챙겨 먹고 다시 잠들어 오늘 일어났다. 요즘 아프면 며칠이 날아가는 게 기본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고를 반복했다. 꿈에 엄마가 잠깐 나왔다. 엄마가 TV 소리가 너무 작다고 해서 볼륨을 만져보다 해결이 안 되어, 스피커를 연결해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게 해 드렸다. 꿈속의 엄마는 TV 소리에 만족하셨을까.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년 어버이날이 되면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선물이나 꽃을 사드리면 네 형편에 이런 거 사지 말고 아껴 쓰라고 하셔서 그렇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그냥 선물 사드릴걸 카네이션 보내드릴걸 후회가 된다. 엄마 보러 자주 갈걸 후회해 봐도 이제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 갈 곳도 연락할 곳도 없다. 어릴 적 기억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다. 이제 엄마 손을 잡을 수도 안아드릴 수도 없다.
어릴 적 어버이날에 엄마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렸는데 그때 엄마는 기쁘셨을까? 날 낳은 걸 후회하시지는 않았을까? 엄마의 인생에 내가 걸림돌은 아니었을까? 엄마에게 기쁨을 드린 적이 별로 없는 딸은 후회만 가득하다.
이제 엄마가 날 낳았을 때보다 내 나이가 훨씬 많게 되었다.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어 엄마의 마음을 짐작도 할 수 없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을 하며 그래도 엄마가 내게 주신 선물이니 이번 삶은 꼭 끝까지 완주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언제나 당당하게 가슴 펴고 걸으라고 엄마는 말씀하시곤 했다. 내 비록 가진 건 없지만 당당함을 잃지 말고 내 존재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꿋꿋하게 걸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