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낡은 올드 모리스 기타가 있었다. 기타가 만들어진 건 1974년, 나와 나이가 같은 아이다. 상판에는 전 주인이 오려 붙인 투박한 모양의 피크가드가 붙어있었다. 처음 중고악기점에서 만났을 때, 어떤 사람은 싫어할지도 모를 못생긴 피크가드가 맘에 들었다. '넌 완벽하지 않지만 아름답구나' 생각을 하며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거의 항상 올스(올드 모리스를 줄여서 이 글에서만 이렇게 부르려고 한다)를 쳤다. 심심할 때도, 곡을 쓸 때도, 레슨 악보를 만들 때도 늘 나와 함께 했다. 막 쓰는 기타였기에 별다른 관리도 하지 않았다. 기타 스탠드에서 꺼낼 때나 책상 앞에서 기타를 칠 때 부주의하게 부딪쳐서 난 생채기들이 바디에 고스란히 남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올스로 제대로 녹음한 기억이 없다. 곡을 쓸 때 기억해 두기 위해 하는 음성메모 외에는. 그냥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어서 손을 뻗으면 넥을 잡고 들어 올려 안을 수 있었고, 넥이나 바디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줄이 심하게 녹슬지 않으면 언제나 고른 소리를 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도 없이 함부로 다루었지만 기타는 말이 없으니 내가 연주하는 대로 소리를 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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