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회사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금요일 퇴근 전, 주말을 한껏 기대하는 시간에 갑작스러운 비상근무 메시지가 떴다.
"내일부터 특별근무 체제 돌입." 내부망을 보며 한숨이 나온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아들 생일을 축하하기로 했는데, 나만 빠져야 한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작아진다.
33년 공무원 생활, 내 시간은 언제나 조직의 시간 뒤였다.
봄에는 벚꽃 축제 비상근무, 여름에는 수해 대비 특별근무, 가을에는 단풍철 교통 통제, 겨울에는 제설 작업 대기.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 가족의 주말은 사라졌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건 아이가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었다. 행사가 많은 달이라 아이의 운동회 준비물은 항상 친정어머니에게 부탁했다. 아침 일찍 어머니가 준비해주신 김밥과 응원 피켓을 들고 나서려는데 전화가 왔다.
"긴급상황 발생, 즉시 출근하세요." 아이의 실망한 얼굴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향해야 했다.
돼지열병이 발생했던 해는 정말 힘들었다. 1년 내내 24시간 비상근무를 평일, 주말, 주야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섰다. 심지어 야외에서도 근무를 서야 했다. 우리는 마치 24시간 대기조처럼 살았다. 가정일도 내팽개치고, 개인적인 약속도 모두 취소하며 비상근무를 섰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공직자니까,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거니까. 하지만 언제부턴가 의문이 들었다.
'내 삶은 언제 시작되는 거지?'
그런 나에게 이 책이 왔다. 『나는 더 이상 회사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회사는 당신의 모든 시간을 원한다. 하지만 당신이 줄 이유는 없다. 경계를 긋지 않으면 회사는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가슴에 박히는 문장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경계 없이 살아왔구나. 회사가 요구하면 당연히 응해야 한다고, 그것이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이라고 믿어왔구나.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반항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 나도 내 삶을 지키고 싶었다. 아이와의 약속도 지키고, 가족과의 시간도 소중히 여기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도 갖고 싶었다.
변화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퇴근 후 2시간만큼은 지키기로 했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그 시간에는 업무 연락을 받지 않았다. 처음엔 눈치가 보였지만, 점차 당당해졌다.
주말 비상근무도 달라졌다. 꼭 내가 나가야 하는 상황인지 먼저 판단하고, 가족과의 약속이 있다면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가족 모임이 있어서, 내일 아침 일찍 나가겠습니다."
"경계를 긋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더 나은 직장인이 되기 위한 자기관리다."
신기하게도 일의 효율이 높아졌다. 제한된 시간 안에 집중해서 일하다 보니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좋아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조직 문화를 바꾸는 건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안에서는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회사에 휘둘리는 삶에서 내 삶을 주도하는 삶으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끝없는 야근과 주말 근무, 취소되는 개인적인 약속들. 하지만 기억하자. 당신의 삶도 소중하다. 가족과의 시간도, 나만의 시간도 지킬 가치가 있다.
작은 "아니오"부터 시작해보자. 정말 긴급한 일인지, 꼭 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자. 그리고 퇴근 후 2시간만큼은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보자.
휘둘리지 않는 삶, 그것은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