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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ssian Jul 23. 2015

은빛 시베리안 허스키 Ⅳ

'자세'


  즉흥적으로 '자세'라는 단어가 떠올라 다음 주제로   막상 시베리안 허스키의 자세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언급하면 좋을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좋으면 꼬리를 흔들 경계할 때에는 몸을 낮추고 꼬리를 세  려견들의 상황에 따른 물리적인 자세는 거의 비슷하다.   , 강아지가 어떻게  바라보 적어보자니 막다. 그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해석이 썩 명쾌할 수 없을 듯한,  생물체의 '삶의 태도'를 기술한다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  다.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나는 오늘도 기괴한 자세로 잠들어 있는 제노를 바라보다 갑자기 평화 조화롭고, 은근히 완전한 실마리를 발견하고 말았다.



 "그 사람, 자세가 어때?"


 여기서 '자세'라는 단어는 보통 두 가지 뜻을 . 째는 그의 물리적인 자. 예를 들어, 앉아 있는 자세 라켓, 골프 클럽을 휘두를 때의 폼 따위를 의미한다. 둘째로 '그'라는 사람이 어떤 사건이나 사물 혹은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 전반을 의미한다.


A - 제노가 상황에 따라 취하는 자세

B - 제노가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고, 받아들이는 자세(태도)


바로 이 A와 B  이 네 번째 편인 '자세'의 구성 방식인 셈이다.


 부터 '제노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잘 드러나 있는 자세'를 소개하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구성 상 사진이 많이 첨부될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




시베리안 허스키 특유의 자세

 

 제노의 삶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는 제노가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견 잊어서는 안 된다. 허스키에게는 허스키 특유의 자세가 있다. 물론 허스키가 아닌  견종들에 공통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여기서 강조하고자 하는   간의 교 ,      허스키들이 마치 본능처럼 공통적으로 취하는 자세  .


집에 온 첫날부터 뒤집어져 잠든 아가 제노 / 사라져서 어디갔나 찾아보니 더웠는지 어두운 현관의 돌바닥 위에서 뒤집어진 제노


  째는 바로 뒤집어져서 잠드는 자세다. 이는 꼭 시베리안 허스키가 아니어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행복한 반려견'들이 이따금 취하는 자세로 알려져 있다. 경계심이 높은 사냥개나 성격이 예민한 종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세라고 한다. 전문 서적의 표현에 따르자면, '자기 삶에 충분히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며 자존감과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 그리고 누구도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상태'가 보장될 경우 시베리안 허스키들은 하나같이 뒤집힌 자세로 잠드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SNS나 검색 창에서 시베리안 허스키를 검색해보면 다른 견종들에 비해 뒤집어진 채로 잠든 사진이 압도적으로 다. 어쩌면 오랜 역사를 인간과  함께해 온 습성이 뿌리 깊이 박혀 있어 사람 곁에서 긴장을 느슨하게 하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난방을 한껏 가동했던 어느 겨울날, 아침에 나와 보니 제노는 이런 자세로 우리를 맞이했다. 당시에는 영문도 모르고 귀엽다고 연신 사진만 찍어댔다.. 미안해 제노..



 째는 쭉! 뻗은 채 엎드린 자세다. 이제껏 제노가 그렇게     뻗은 모습은 두어 번밖에 본 적이 다. 귀엽고 신기해서 사진만 열심히 찍어놓았을 뿐 정작 그 이유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허스키  책을 뒤적거리다가 깨달았다. 바로 '어떤 자세를 취해도 덥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최대한 몸의 열을 발산하기 위해 취하는, 극도로 더울 때의 자세'였던 것이다. 이는 더위  견종인 허스키나 말라뮤트에서 흔히 보이는 자세라고 한다.





제노의 '자세'가 드러난 '자세'


 

 시베리안 허스키는 영역 본능이 거의 없는 견종인데다가 남아인 경우 중성화 수술을 거치면(제노는 잠복고   허벅지 표피 안쪽에서 부풀어 있는 바람에 그대로 두면 암세로 변하게 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중성화를 해야 했다) 적어도 공격성 및 영역 본능 면에서는 그야말로 천사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늘 환희에 젖어 어마어마한 힘과 에너지를 발산해대는 천사...).


'싫은 게 없다'

보호 신발 착용 / 반려견 안전벨트 착용 / 선물 받은 바다의 남자 민소매 착용 / 아빠 책상 의자 바퀴에 자기 자신을 착용..

 제노는 좀 특이하다. 일단 '싫은 것'이 없다.


 산책  유리 조각에 발을 다쳐 잠 강아지 신발을 착용한 적이 있다. 분명 답답했을 텐데  착용하자마자 혼자서 탭댄스를 추다가 오히려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더 신이 나서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차에 태우는 연습을 한답시고 애견용 안전벨트와 고리를 연결해 처음으로 조수석에 앉혔다. 처음에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나중에는 운전석 쪽으로 옮겨와서 아빠한테 놀아달라고 를 부리다가 결국에는 기어봉에 뒷를 대고 잠들었다. 그 전부가 10분도 채 안 되는 주행 도중에 벌어졌다...(나중에 주차   후진하려고 보니 제노 머리가 손에 잡혀서 기상시킨 다음 기어를 바꿔야 했다)


 푸른색 세일러 민소매 옷을 선물받은  옷이라는 것을 처음 착용했음에도, 그리고 그 두터운 털 위에 또 무언가를 덮어씌워서 더웠을 텐데도 그냥 마냥 좋아만 했다. 무언가를 걸쳤다는 사실이 딱히 느껴지지도 않은 다. 일단 제노 덩치에 맞는 사이즈의 옷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웠다(내 옷을 입혀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


 이전의 글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제노가 아빠 책상 의자 아래에서 잠드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제노가 잠들어 있는 줄 모르고 의자를 움직이다가 녀석을 놀라게 하거나 아프게 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물론 이제는 항상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분명 아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거나 놀라서 깨갱했음에도 무엇이 그리 좋은지 점점 아빠 의자의 중심부로 파고든다. 자 아프게 할 수도 있는 존재들에 대해서도 싫어하는 법이 없다. 사나운 개도, 아빠의 무심한 의자도, 자신을 고통에 빠뜨렸던 광견병 주사도(이 이야기는 중성화 이야기와 더불어 나중에 작성할 '건강'편에서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참 거추장스럽고, 답답하고, 싫어할 법한 모든 일들을 제노는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부 좋아했다. '긍정, 긍정, 그리고 긍정', '호의, 호의, 그리고 또다시  호의'라는 표현이 바로 제노의 세상 살아가는 자세가 아닐까?


'아무래도 좋다'


아빠 작업실에서 이상한 포즈로 자다가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렸다. 10분 쯤 지나 내려다보니 기지개를 켜던 도중에 잠이 들어 있었다.


 제노는 무던하다. 무감각한 게 아니라,  대상에 대해   무던  . 창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소방차 열 대가 사이렌을 울리고 지나가도 눈썹 하나 깜짝 안 하고 그냥 누워 있다. 그치만 엄마가 방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 들  쏜살같이 달려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좋은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무관심한 대상은 모두 그렇게 흘려보낼 수 있는 제노의 배짱과 성정이 때로는 참 부럽게 느껴진다.


아빠의 장난, 제노는 I don't care

'호기심'


아빠, 팩스는 제가 받을게요 / 이게 꽃이라는 거군요 / 창밖 세상엔 뭐가 있을까? / 나 얘한테 관심있어요 / 잘 못들었습니다?!

 아직 어린 탓인지 제노는 호기심이 왕성하다. 사람에게도, 물건들에도, 다른 개들에게도. 그 순진무구하고 아무런 가림막 없는 시선과 눈빛, 그리고 완력을 동반한 지향을 바라보고 있자면 내게도 아직 저런 순수한 형태의 호기심이 과연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궁금한 것을 궁금하다고 쉽게 말하지 못하는 세상, 함부로 질문했다가는 바보가 되는 세상, 알 수가 없는 것을 궁금해 하면 괴짜 취급 받는 세상. 러한 답답한 암흑을 현실이라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속에, 제노의 순수한 눈동자가 마치 희망의 불씨처럼 느껴지는 건 지나친 감상일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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