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컨택트> by 김용섭
독후감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소파에 누워 열심히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수도권 방역 강화가 무기한 연장되었다고 뉴스 앵커가 알려준다. 지난 2월을 떠올려본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설연휴를 기점으로 우리 가까이에 왔고, 신천지 집단감염을 본 후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2월 말 모두 원격근무를 실시한다는 공지에 맥북을 챙겨 퇴근하면서 언제 올 지 모르니 다른 것도 챙겨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 외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했다. 집에 와서 어디에서 일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거실 테이블을 픽했고, 다음날부터는 거실 테이블을 오피스 삼아 쓰고 구글 meet에서 팀원들을 만나면서, 준비했던 오프라인 프로그램들을 하나둘씩 연기시키고 대체시키면서 한 달을 보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오래갈 줄, 우리의 일상을 잠시가 아니라 쭉 바꾸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때론 우연한 계기가 세상을 바꾸는 단서를 준다. 코로나19가 한국 사회를 역대급 불안에 빠지게도 했지만, 한국인들과 한국 사회가 얼마나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도 보여줬다. 빨리빨리와 끈끈함은 지극히 한국적인 속성이다. 가장 심화된 컨택트 사회였던 한국 사회에 코로나19는 언컨택트를 더 증폭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어줬다. 의도치 않은 우연한 계기가 변화하는 흐름의 속도를 가속화시킨 셈이다. 코로나19가 언컨택트 트렌드의 티핑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10)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들이 비단 코로나19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욕망이 변화함에 따라 새로운 변화의 흐름들이 생겨나고 있었고, 코로나19는 그것을 좀 더 가속화하고 촉진시킨 티핑포인트라고 이야기한다. 챕터 하나하나를 읽다 보니 정말 그랬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재택근무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었고, 학교가 아닌 홈스쿨링으로 학습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고 있었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도, 이마트 쓱배송도 내가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비대면 서비스였고, 예전만큼 끈끈한 관계가 아닌 느슨한 연결이 더 편해진 것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 줄 알았지만 사회적인 흐름이기도 했다.
결국 언컨택트는 우리가 가진 활동성을 더 확장시켜주고, 우리의 자유를 더 보장하기 위한 진화 화두다.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도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이 바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p.87)
일상 뿐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언컨택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프라인 교육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연기, 취소되었고 교육과정이 아닌 다른 행사들도 마찬가지다. 커뮤니티 성격으로 만들어보려던 프로그램들도 방향을 바꿀 밖에 없다. 어색한 사이의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과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면 만나서 조금씩 경계를 허물며 나눠야 한다는 생각, 강의도 오프라인에서 집중적으로 해야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들을 찾아야 한다.
기존 교육의 한계가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었고, 개개인에게 맞게 맞춤형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온라인 교육이 이걸 일부 해소시켜주긴 했지만, 반대로 오프라인 교육이 가진 몰입과 실시간 교감의 면에서는 많이 부족했다. 결국 에듀테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결합시켜 가장 지능적이고 가장 개인화되는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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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일상도, 지금의 변화들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물론 있지만, 아직은 어색하고 불편한 것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저자의 말처럼 우린 '언컨택트 사회를 받아들이면서 계속 일상을 이어가야'하고,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