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장 산책

행복이 뭐 별건가요(근데 왜 별거처럼 느껴질까요)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by 김신지

by 오소영


요즘 인스타를 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하늘 사진이다. 깊이를 알 수 없이 파란 하늘, 흰 구름 떼가 그림처럼 그려진 하늘, 붉으면서도 검푸르면서도 보랏빛이 묘하게 섞인 노을 진 하늘, 반짝이는 불빛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밤하늘. 같은 하늘은 없었겠지만 가을 하늘은 매년 지금처럼 예뻤을 텐데, 다른 때보다 유독 올해 가을 하늘은 선물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재택근무가 익숙해지면서 오피스에서보다 더 여유 없이 일 하다 보니, 오히려 예전보다 하늘을 볼 일이 별로 없었다. 출퇴근길에라도 볼 수 있던 하늘을, 점심 먹고 잠깐 베란다에 나가보지 않으면, 그냥 하루가 지나 퇴근 후 깜깜한 하늘을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도 잠깐 베란다에서 본 하늘, 오랜만의 외출에서 본 하늘을 사진으로 남기게 되고 친구들이 인스타에 올려주는 하늘 사진들 하나하나를 더 들여다보게 된다.


인간은 정말 적응의 동물이다. 매일같이 코로나 19 뉴스를 들으면서도 어느새 이것도 익숙해지고 우리는 바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일상에서 틈틈이 자기 전에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를 한 챕터씩 읽는 건,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잠시나마 마음에 쉼을 주는 즐거움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잊고 있던 그리운 'ㅎ'들이 떠올랐다. 나도 테라스의 계절과 테라스에서 맞는 바람,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를 참 좋아한다. 책에도 등장하는 서순라길의 맥주집 서울집시는 안국아지트 모임 후 뒤풀이로 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생각해보니 벌써 2년도 더 흘렀나 보다. 테라스 하면 그리스 신혼여행과 작년 여름휴가로 갔던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묵었던 숙소들도 너무나 그립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먹었던 아침, 와인과 맥주, 컵라면까지. 비슷한 이유로 한강도 좋아하는데, 지금은 이사를 와서 보지 못하지만 10년 이상 출퇴근 길에 만났던 매일 다른 한강의 모습, 슬렁슬렁 걸어 나가기도 하고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친구들과 기울였던 맥주 한 두 캔, 특히나 답답한 날 서로의 푸념을 나누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런 시간을 좋아하면서도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냐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활동들을 할 수 없는 '겨울'인데,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지 나는 눈을 또 아주 좋아한다. 한두 번뿐이었지만 눈이 내리던 생일날, 내 첫 해외 경험이었던 오타루에서 만난 키만큼 쌓여있던 눈, 늦은 밤 발자국 하나 없는 눈 위를 걷는 경험, 창 밖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일.


그러고 보면 1년 4계절 365일, 어느 날 하루 'ㅎ'을 찾기 어려운 날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 생각해보면 정신없이 바쁜 날이 있는 만큼 늘어질 정도로 게으르게 보내는 날도 있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고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한 달을 놓고 보면 새로운 일들 없이 반복적으로 일상이 바쁘게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렇게 일 년을 보내고 내가 올해 남긴 것들을 돌아볼 때 물론 뿌듯하고 보람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아닌 나 그때 정말 즐겼는데, 행복했는데, 여유로웠는데 하는 순간들을 더 많이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간들을 잘 기록하면서 나의 'ㅎ'을 모으며, 'ㅎ'을 만나는 순간을 만들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이 책을 덮으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좋은 순간을 살면 좋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 (p.58)
중요한 건 여기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 얼마나 잘 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타는가 하는 것 (p.80)
틈틈이 일상에 여백과 일과 일 사이 스스로 '틈'을 만드는 것 (p.260)
일상을 지나다 나도 모르게 '아 좋다'라고 내뱉은 순간들을 기억해두고, 그런 순간이 우연히 다시 찾아오길 기다리는 대신 시간을 내어 먼저 그런 순간으로 가는 것 (p.307)


* 트레바리 나알기-팝콘 (2009-12시즌이 되지 못한) 2010-12시즌 첫 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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