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by 정세랑
한사람이라도 당신을 닮았기를,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옆자리의 퍼즐처럼 가까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p.394)
엄마가 고전무용을 하듯이 한쪽 손을 멋들어지게 들고 그 자리에서 장난스럽게 한바퀴 돌았다.
사락사락.
아마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을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p.12)
사람들은 일정 시점까지 일어나지 않은 일은 계속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고, 친구도 그랬음이 분명했다. (p.309)
결혼은 그 나름대로의 노력이 계속 들어가지만, 매일 안도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마음을 다 맡길 수 있는 사람과 더이상 얕은 계산 없이 팀을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p.164)
요즘은 아무도 큰 회사에서 평생 일하지 못하니 처음부터 틈새를 찾는 게 나을 것이다. 아름다운 틈새, 연모를 위한 틈새가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작은 집을 짓고 싶어. 연모는 생각했다. (p.318)
"처음 좋아하게 된 걸 계속 좋아하지 않게 되어도, 다음 걸 또 찾으면 돼요." (p.321)
서른은 사실 기꺼이 맞았다. 도무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20대가 너무 힘들어서 서른은 좋았다. 마흔은, 마흔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삶이 지나치게 고정되었다는 느낌, 좋은 수가 나오지 않게 조작된 주사위를 매일 던지고 있다는 느낌 같은 게 있다.(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