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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Jan 27. 2024

노마드 클럽을 마치다

<LIFE, LIGHT DELIGHT> - 제3화. 크리스마스 선물 

 2024년 1월 27일, 오늘은 노마드 클럽의 수료식이 있었다. 윤영돈 전장님의 특강과 질문스토리카드를 활용한 나눔의 시간, 그리고 오늘 수료한 7기와 8기 도반님들의 낭독이 주요 프로그램이었다. 그 후 9기에 입학하는 도반님들과 축하의 의미로 함께 해주신 선배 도반님들의 짧은 인사가 이어졌다. 


축하 인사의 하이라이트, 이창준 원장님께서 해주신 말씀 중 일부를 기억에 의존하여 가져와본다. 


밀란쿤데라는 '미래의 주인이 되려는 유일한 이유는 과거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슬픔과 고통의 정서가 있고, 우리는 그것을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해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꿈으로써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의 낭독은 마지막이었는데, 앞선 도반님들의 글을 들으며 조금씩 쌓여온 감정이 터져서 눈물 반 읽기 반의 낭독을 했다. 오늘 내가 읽은 것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자저전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썼던 가장 짧은 글이다. 원장님의 말씀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그 글을 남겨본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점심시간, 동료들과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잊지 못하는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예나 지금이나 산타의 선물이 가장 기다려지기 마련일 터. 그 시절의 나는 산타를 믿었을까? 그건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받았던 선물은 기억한다. 

 지구본. 

 산타 옷을 입은 선생님이 크기도 포장지도 다른 선물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어린 나는 인형의 집이 참 갖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게 온 선물은 지구본이었다. 

 그 선물은 각자의 부모님이 선생님에게 미리 전달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린 마음에 서운하고 속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전하고 이틀 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아빠가 조카와 함께 앉아 지구본 돌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사진. 

 어쩌면 지구본은 아빠에게 의미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거나, 갖고 있었다면 세계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매일 같이 돌려보던 것일지도. 이제는 아빠에게 물을 수 없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어린 시절 나의 서운함이 위로가 되었다. 


 그 날의 지구본 외엔 어린 시절에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의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나의 이런 서운함을 부모님에게도 여러 번 이야기했었겠지.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방문에 크리스마스 양말을 걸어놓고는 했는데, 그 때마다 아빠는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를 고이 보관해온 상품권을 넣어주셨더랬다. 

 더 이상 아빠로부터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받을 수 없지만,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크게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삼십 년 넘게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서운함을 덜었으니.




* 나의 자저전 <Life, Light Delight>의 시작과 의미는 여기에


* 삶의 목적을 담은 나의 자저전 제1화. 창조의 길에 들어서다


24/01/27 노마드클럽 수료식


ps. 작고 얇은 나의 자저전 10권 중 몇 권은 도반님들과 나누고, 나머지는 가방에 다 넣지 못하고 들고 오다가 어딘가 떨어트린 것 같은데, 모르는 누군가가 읽을 생각을 하니 부끄러우면서도 무엇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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