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다합에서의 '생활'

2017년 3월 2일~3월 7일, 여행 162~167일 차, 이집트 다합

by 오상택

3월 1일, 룩소르에서 서안 투어를 마치고 오후 5시에 바로 다른 도시로의 이동이 있었다. 여행자들의 무덤, 다이빙의 성지로 불리는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다합! 다합에는 3월 2일에 도착해서 이집트를 떠나기 거의 직전인 3월 12일까지 약 11일 동안 체류했다. 한 도시에 이렇게 오래 있었던 것은 훈자 카리 마바드 이후로 몇 달만이었던 것 같다. 잠시 여행자로서의 본분을 놓고 '다하비안'으로 살아갔던 그 기억의 페이지 몇 장을 들춰 본다.


지구 어딘가에서 홀연히

IMG_3434.jpg 오늘도 장인정신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보들부부의 J형과 프리다이버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이신 지훈쌤 :-)

이집트 땅의 남부에 위치한 룩소르와 동부에 위치한 다합은 사실 페리를 이용하면 약 6~8시간 정도의 시간으로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왜인지 페리는 현재 운영 중에 있지 않고 버스만이 운행 중인데, 이것이 이집트의 지도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카이로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이기에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 18시간, 결과적으로 하루 꼬박 버스를 타고 다합에 도착했다. 다합에서는 숙소를 잡지 않았다. 탄자니아에서 같이 사파리를 했던 '보들 부부' J형과 하나 누나가 다이빙을 위해 생활중이었다. 나는 거기서 얹혀 살기로 되었던 것. 하루 뒤에는 나의 아프리카 솔메이트 우연이까지 돌아왔기에 헤어졌던 탄자니아 멤버들이 모두 모이게 되었던 것. 지구 어딘가에서 홀연히 만나자고 헤어진 지 거의 한 달 반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 케냐에서의 마지막처럼 고추장찌개를 먹으며 따뜻한 정을 나누었다.


다이버의 성지 다합

다합에 사람이 모이게 되는 이유는 시나이 반도에 있는 산자락의 멋진 풍경, 홍해가 만들어 낸 기가 막힌 다이빙 포인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바로 그런 다이빙을 즐기는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일주를 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라이선스 취득과 다이빙의 재미를 경험해보다가 그 매력에 흠뻑 빠지고 풍경에 또 빠지고 물가에 또또 빠져서 여행을 멈추게 되기에, 여행자들 사이에선 '여행자의 무덤'으로 불린다. 나도 이 곳에서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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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라이선스는 발급 기관과 정도에 따라 필요한 비용이 다른데, 기본적으로 다이빙을 최대한도로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자격인 PADI OPENWATER ADVANCE 자격을 취득하기로 한다.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한 업체에서 배웠는데, 속성으로 하는 것치곤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 마스터 과정 (고급 과정)을 준비 중이던 다른 세계일주자 HJ가 친절하게 알려주어 더욱 감사할 뿐. 나도 빨리 라이선스를 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이빙을 즐겨 봤으면!


하루의 휴가, 이집트의 선물

중간에 하루 쉴 수 있는 날이 있었는데, 나와 우연이 그리고 룩소르에서 한 번 안면이 있었던 서희 누나까지 셋은 휴식 대신 시나이 반도의 명소, 시내산 투어를 결정했다. 이 투어 최대의 단점은 밤 11시에 출발이란 점.

별 하나는 끝내주게 잘 보였던 시나이 산의 모습. 은하수가 육안으로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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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 산에서의 일출. 좌측의 두 건물은 산상교회와 산상모스크였다.
낮에 보이는 시나이 산은 엄청난 험산이었다. 밤의 등산로는 뱅 돌아가는 쉬운 루트지만 하산길은 짧은 험로였다.

11시에 출발한 버스가 2시경에 산 입구에 도착하고, 1시간 정도 대기한 후 3시부터 일출을 위한 산행을 한다.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갔던 산행이라 너무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다가 문득 하늘을 봤는데, 아프리카에서 정확하게 본 은하수였다. 육안으로 볼 정도로 은하수가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산세 사이에 펼쳐지는 별 구름들. 시나이산의 낮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모세가 정상에서 산상기도를 했으며 여기에 수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는데 구조를 보면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별을 보는 순간 만큼은 이집트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그걸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이집트가 나에게 주는 선물. 해가 다 뜨고서야 하산을 시작했고, 험한 산세 만큼 하산이 쉽지는 않았다. 막판에는 '이집트고 나발이고 빨리 쉬고 싶다'라는 생각만 가득할 정도로 피곤하고 힘든 산행이었다. 세상에는 공짜 선물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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