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이스탄불의 매력을 찾아라

2017년 3월 16~18일, 여행 176~178일 차, 이스탄불

by 오상택

도깨비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두 좋은 날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어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좋은 날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남은 이스탄불의 나날들이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좋은 날이 찾아올 지 모르겠다.


날이 좋지 않아서 : 악천후가 주는 이스탄불의 밤 풍경

마음이 다 풀리지 않은 사고의 다음 날이었다. 날은 좋아질 생각을 못했다. 터키에 오기 전 우꾼(http://ttomot.tistory.com)이 소개해 준 펜팔 사이트를 이용해서 미리 연락을 나누었던 이스탄불 친구 Buse를 만나 보기로 한 날이었다. 그 친구가 나를 위해 이스탄불 가이드를 해준다고 했는데 날씨가 영 좋지 못하다 보니 딱히 어디를 가기가 참 힘들었다. 몇몇 포인트를 다녀왔지만 다음 번에 날이 좋으면 다시 오기로 하고 같이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같이 남긴 사진도 없고 여러모로 아쉬웠다. 이스탄불을 돌아와서 다시 만나서 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봤으면. 사실 비도 오는 데다 날씨도 흐려서 사진기를 들고 싶단 생각이 많이 안들었으니까. 저녁들어 비가 다시 그치기 시작했고, 어제 사기 당하느라(!) 마저 담지 못한 이스탄불의 밤 풍경을 담아 보기 위해 밤 늦게 산책을 시작했다.

IMG_3735.jpg
IMG_3756.jpg
IMG_3761.jpg
IMG_3731.jpg
IMG_3748.jpg 보로포러스 해협의 연인
IMG_3750.jpg 열한시, 교통수단이 끊기기 전 분주한 사람들

숙소가 있었던 갈라타 타워에서 부터 걸어서 구시가지 방향까지 갈라타 대교를 건너 왕복하는 코스였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나누는 바다-하지만 강처럼 느껴지는 좁은 물길-에는 연한 안개가 올라오고 있었다. 터키하면 이슬람 국가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라는 별명에 걸맞는 세련된 건물 양식이 오묘한 느낌을 준다. 저 멀리서 보이는 이슬람 사원들의 불빛은 그 풍경에 다시한 번 이질감을 느끼도록 한다. 지금까지 다녀본 유럽 나라 중에서는 헝가리가 야경이 가장 아름다웠는데 그에 못지 않은 야경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하루였지만, 그날의 밤 풍경은 여행 중 마주쳤던 야경 중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날이 적당해서 : 조금씩 보이는 이스탄불의 거리

아침에는 비가 살짝 뿌려졌지만 날씨가 많이 개었다. 터키에 도착해서 처음 보는 파란색의 하늘이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작정하고 거리를 걸어보기로 한다. 물론 아침에 살짝 비를 뿌리기는 했지만. 거리의 사람들도 오늘은 우산보다는 비를 가볍게 막는 옷차림이었다. 나미비아를 함께 했던 환진이는 '이스탄불의 매력은 이스티칼 차데시 주변의 여러 골목과 거리의 분위기'라고 했었다.

IMG_3793.jpg
IMG_3801.jpg

나도 그런 모습을 보려고 이곳 저곳을 누비며 걸었다. 날이 개기 시작하면서는 배를 타고 아시아 지구로 가본다. 이스탄불은 보로포로스 해협을 기준으로 아시아 방면에 속한 지역과 유럽 방면에 속한 두 지역으로 크게 나뉜다. 그리고 이 지역을 배로 이동할 수 있는데, 이스탄불이 여행자에게 정말 편리한 이유중 하나는 교통카드로 배도 탈 수 있다는 점! 그래서 해협을 건너는 배를 탔던 것이다.

IMG_3819.jpg
IMG_3834.jpg
IMG_3836.jpg

보로포로스 해협을 기준으로 아시아 사이드와 유럽사이드가 나눠진 이스탄불의 모습과 완전히 맑은 건 아니어도 파란 빛을 볼 수 있는 하늘이라는 것만으로도 괜시레 두근 거렸다. 아시아 사이드는 유럽사이드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일단 문화재나 각종 번화가와는 거리는 사실 유럽사이드에 모두 몰려 있고 거주지 위주기에 내가 있던 유럽사이드에 비해서 주택이 많다. 뭐 그것보다 바닷가를 걸을 수 있는 좋은 산책로가 있어 한참을 따라 걸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나도 여유를 가진 기분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또 이스티칼 차데시의 다른 구석 구석을 본다. 날이 개면서 내가 보는 것들도 더 많아지는 기분이 들어 괜히 좋았다.


날이 좋아서 : 풍경과 어우러지는 이스탄불

날이 굉장히 맑았다. 오늘은 일찍부터 나가서 미친듯이 걷고, 미친듯이 문화재들이나 거리 풍경을 보러 가보기로 했다. 주로 유럽사이드의 구 시가지라고 불리는 곳에 여러 문화재들과 이스탄불의 오래된 풍경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모스크로 알려진 술탄아흐멧 자미는 외부의 파란 첨탑들과 내부의 파란 염료를 비롯한 파란 스테인드글래스 덕분에 블루 모스크라는 별명이 잘 어울렸다.

IMG_3901.jpg
IMG_3913.jpg

블루 모스크 바로 맞은 편엔 아야소피아 박물관이 있다. 사실 여기는 교회로 지어진 건물이었는데, 추후에 이슬람측 에서 점령을 했다고. 그래서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종교시설이 되었다. 외부 양식부터 내부까지 모든 것들이 두 종교가 공존하는 형태를 볼 수 있어 오묘했다. 아야소피아에서 5분 거리에는 지하 궁전이 있다. 입장료가 저렴해서 그냥 들어가보긴 했는데 큰 감흥은 없었다.

IMG_3973.jpg
IMG_3990.jpg
IMG_3987.jpg
IMG_3954.jpg 아야소피아 안의 벽화. 이런거 보실때 왜 팔짱 끼시나요 ㅠㅠ

문화재들을 다 보고는 거리와 시장을 둘러 봤다. 날씨가 맑아서인지 거리의 모습이 더 밝아 보인다. 오늘도 해진 후의 이스탄불을 둘러보며 야경사진을 담았다.

IMG_3997.jpg
IMG_4018.jpg
IMG_4038.jpg
IMG_4048.jpg
IMG_4058.jpg
IMG_4074.jpg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 아름다웠던 이스탄불의 3일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2. 이스탄불에서 장기털릴 뻔한 썰.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