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3~24일, 여행 183~184일 차, 터키 카파도키아
어제 현진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즈음, 나에게 뿔이 났던(아직도 그 행동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호스텔 직원이 "열기구 탑승할 생각 없냐"라고 물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탑승하기로 했다. 카파도키아는 자력으로 다니기에는 몇 가지 애로사항이 있기에 숙소나 여행사를 이용해 여행을 즐긴다. 카파도키아를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중심으로 내가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터키의 카파도 키아 하면 열기구를 떠올린다. 협곡 사이사이에서 무더기로 떠오르는 열기구들의 향연. 사실 이런 열기구의 향연을 매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4월의 카파도키아는 아직 대기가 불안정해서 비도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열기구 비행을 할 수 있는 날씨가 갖춰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인이 탑승한 열기구에서 사고가 나서 한동안 사람들이 열기구를 안타기도 했다는데, 어제 아침부터 날씨가 좋아져서 대규모로 열기구들이 비행했다고 한다. 사실 하루 일찍 탔으면 100여 개 이상의 열기구가 한 번에 날아오르는 대 장관을 볼 수도 있었는데 호스텔 사람들의 불친절함에 열이 받아 타지 않았었다. 사실 열기구들의 모습은 숙소에 나가서 고개를 하늘로 들어 올리기만 해도 아침에 볼 수 있는 신기한 광경이다. 각설하고, 최소 65 EUR ~ 120 EUR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면 열기구를 탈 수 있는데 가격에 따라 열기구의 비행 코스나 크기 등이 제각각이므로 잘 물어보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걸 타면 좋다. 나는 그냥 숙소에서 제공하는 것-호스텔 보스와 싸우고 나서 왠지 이용하지 않으면 미안해지는 상황이 또 생길 것 같아서-을 이용했다, 새벽 5시 반이 되면 업체에서 픽업을 온다.
카파도키아 메인 마을인 괴레메에서 살짝 벗어난 외각의 공터에 여러 대의 풍선이 이륙을 준비한다. 나는 슬프게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함께 했다. 열기구 안전 교육을 간단히 마치면 사람들이 탑승하고 열기구가 오른다. 생각 외로 승차감이 좋았다. 날씨가 좋은 탓도 있지만 공기의 대류로 부드럽게 오르는 열기구는 느리지만 꾸준히 바람과 열에 의해 하늘 높이 솟는다. 겨울 평일에는 약 700m 상공, 휴일에는 1000m 상공까지 오른다고.
카파도키아 근처의 공항 때문에 그 이상의 고도를 비행하기가 어려우며 오직 오전에만 바람이 적은 편이며 낮과 밤에는 바람이 강하게 보는 탓에 일몰에는 열기구가 뜰 수 없다고 한다. 사암 기둥 사이사이를 날아다니는 열기구는 의외의 스릴까지 준다. 하나 아쉬웠다면 나는 일출보다는 협곡을 배경으로 수 없이 많은 풍선이 뜨는 장관이 보고 싶었는데, 내가 탄 열기구는 프로 비행사께서 멀리까지 가주시는 덕에 일출은 굉장히 잘 보였지만 빛을 받는 풍선의 모습이 아닌 해를 등진 풍선들이라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다는 것.
어찌 됐던 풍선들이 마을을 가득 메우는 그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약 한 시간의 비행을 마치면 안전 비행 축하를 위한 샴페인(기대했는데 역시 무알콜.)을 마시며 비행을 마친다. 신기하고 꿈같은 한 시간의 열기구 투어는 그렇게 마무리된다.
아침 일찍 열기구 투어가 끝나기에 점심시간까지는 못 잔 잠을 마저 자고 혼자서 그냥 트래킹을 해보기로 한다. 사실 어제도 살짝 한 것이지만 오늘은 목적지를 잡은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카파도키아 사암 구조물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우츠 히사르를 찍고 붉은색의 단층을 가진 레드 벨리와 왜 '러브 밸리'인지 모르겠는 러브 밸리를 둘러보고 돌아오기로 한다. 이 코스도 여행사나 투어사에서 상품을 갖고 있지만 도보로 원만히 가능한 코스라 사람들이 투어를 잘 이용하지 않고 ATV를 대여해서 와본다던가 나처럼 그냥 걸어서 오기도 한다. 우츠히사르까지는 차로를 따라 걷기로 한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풍경들이 계속 보니 이제 익숙해지다가도, 그것들이 이루는 새로운 협곡들을 보면 또 놀란다. 멀리서 보는 풍경도 신기하고. 우츠히사르는 과거 성으로 쓰였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 둘레로 호텔이 모두 들어섰고, 안쪽 몇 가구에는 사람이 아직도 살고 있다. 낙타 몰이꾼 아저씨를 따라가다가 알게 되었다. 우츠히사르를 벗어난 곳부터는 트래킹 코스로 가보기로 하는데 어찌 된 게 사람이 하나도 없다. 사실 최근 날씨 탓에 터키는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테러 위협이나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서도 사람이 참 없다. 사람도 없겠다 정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서 트래킹을 했다. 최근에 노래방 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좀 욕구가 해소되었달까. 해질 무렵이 다 되어서야 지도 상의 러브 밸리에 도착했다. 사진을 보면 왜 러브 밸리인지에 대한 의문이 풀려버린다! 레드 밸리를 볼 즈음에는 해가 빛을 많이 잃고 저물어서 그 특유의 빛을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다. 어제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이 코스를 조금 더 일찍 올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걷는데 해가 생각보다 빨리, 어둡게 저버려 걷기도 너무 힘들 정도로 깜깜해졌다. 그렇다고 별 사진이 찍힐 정도-해가 한쪽에서만 밝게 있다 보니 별 사진을 찍는 것에는 방해되는 수준의 광공해-로 어둡지도 않고. 다행히 별 사진을 찍는 도중 내려오는 차가 있어서 히치하이킹으로 내려왔다. 걸어 내려오기엔 꽤 되는 거리였다.
카파도키아의 여러 지역들 중 일부는 트래킹 만으로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거리에 있는 것들도 있다. '그린투어'는 그런 먼 거리에 있는 곳들 위주로 이동하는 투어 상품 중 하나이다. 가장 먼저 이동한 곳은 'Underground City'라고 불리는 데린쿠유라는 지역이었다. 종교 박해를 피해 사람들이 생활하는 지하도시로, 지상에 존재하는 마을 규모로 아래로 몇 층이나 존재했어서 위로 끌어올리면 그 면적이 어마어마하다고. 내부는 작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중간중간 밥을 해 먹었던 장소와 예배를 드렸던 장소들과 같은 실내를 볼 수 있다. 또 적들의 침입에 대비한 문막이나 층간 소통을 위한 소리 구멍 들도 볼 수 있다. 터키에 오래 있다 보니 참 '종교에 대한 신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들의 신념을 유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치열하게 도망쳐야 했던 역사를 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관람을 마치고는 셀리메 수도원으로 이동한다.
이곳 역시 이슬람에게 박해받은 기독교인들이 숨어 지내던 거처 중 하나인데, 바위산 속에 구멍을 파고 지내는 카파도키아 고유의 주거 형태를 지켜볼 수 있다. 재밌던 것은 외관에 선반처럼 파여있던 구멍이었는데, 이것은 비둘기들의 둥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서신이나 식량으로 비둘기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협곡 하나를 가는데, 이름도 잘 기억이 안 날뿐더러 같이 갔던 현진 형님과 나눴던 대화에서 '강원도 어디 산속 온 것 같다'라는 평 때문에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관람시간과 이동시간이 동일한 이 그린투어를 살펴보면 터키가 동서양 문화의 교집합이라고는 하나 그만큼의 아픈 역사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P.S. 그린투어를 함께 했던 인도계 영국인 Prash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엄밀히 말하면 스코틀랜드 인인데 그 추운 카파도키아에서 꿋꿋이 반팔로 소화하는 그였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으로 나와 현진 형, 그리고 Prash 셋은 함께 다녔고 나는 그의 전속 사진사가 되어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에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간다면 다시 보고 싶은 그의 긍정 에너지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