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안탈리아에서 배우다

2017년 3월 25일~27일, 여행 185~187일 차, 터키 안탈리아

by 오상택

터키에서 한 번쯤은 카우치 서핑을 해보고 싶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 요청 수락이 꽤 잦은 국가 중 하나라고 들었기 때문. 카파도키아에서 미리 카우치 서핑으로 두 명에게 요청을 보냈고, 다행히 두 명 모두 Meet up(숙박 제공은 없이 만남을 가지는 것)으로 응답이 왔다. 그 친구들이 있는 곳은 터키 남부의 해안 도시 안탈리아였다. 처음 계획은 바로 셀축으로 가서 여유를 찾으려던 것이었지만, 그 계획을 조금 비틀고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카파도키아의 숙소를 같이 썼던 현진 형님과 함께!


터키 친구들과의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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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이틀 동안은 카우치 서핑으로 미리 이야기가 된 두 팀의 친구들과 만나게 됐다. 25일에는 한국어 학당을 함께 다닌다는 제이넵(보라)과 메르트(민수)! 사실 안탈리아에 오면서 별도의 계획을 짠 것이 없었는데 제이넵과 메르트와 함께 해안가를 따라 이것저것 걷는 것을 그날의 계획으로 돌려버렸다!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인 제이넵은 한글을 공부한 지가 꽤 되었다. 그래서인지 어휘는 부족해도 억양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한국사람 같았다. 메르 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과정을 준비하는 관광 정보학 전공이었다. 한국어를 공부한 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한국사람들과 지내는 시간들이 소중했기에, 한국에서 가이드를 하고 싶다는 그였다! 덕분에 안탈리아 곧곧에 숨은 역사적인 사실들을 많이 이야기해 주었(지만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영어로 대부분이 설명되어서. 미안 메르트)다. 남동생의 생일 때문에 제이넵은 일찍 돌아갔지만, 메르트와는 안탈리아의 일몰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눈 이야기가 많아 모두 기억하고 떠올리긴 어렵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 중 하나는 '쉽게 친해지고 쉽게 떠나가는 한국인'이었다. 결국 결론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 개인이라서'로 결론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한국인에게 그런 생각을 받았다는 것이 뭇 내 아쉬웠다. 대신 사과하고 내가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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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에는 에즈기(하늘)라는 친구를 만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이넵, 메리트와 같은 한국어 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친구였다. 다만 메르트와 제이넵은 햇수가 오래되어 고급반에 속해있지만 에즈기는 오래되지 않아 초급반인 듯했다. 한국어는 부족했지만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은 더 각별했다. 나도 잘 모르는 인디 음악들도 듣고, 가사도 뜻을 보며 들어간다는 그 친구가 신기했다. 함께 올드 타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에즈기는 언젠가 꼭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터키가 내수경제 상황이 심각하게 나쁜 편은 아닌데 환율이 좋지 못해서 이 곳의 소득으로 외국여행을 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면 내가 가이드받은 것처럼, 나도 가이드해주겠노라 약속하고 왔다. 기뻐하는 에즈기를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현지에 지내는 친구를 만드는 것은 항상 기대하고 바라왔던 바였는데, 만난 친구들이 너무 착하고 친절해 내 기대가 이뤄진 것 같은 너무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2017년 봄, 터키의 정치 상황

예전부터 적고 싶던 작은 갈래 중 하나였는데, 메르트와의 대화와 현진 형님의 강의(!) 덕분에 사실이 정리가 되어서 이 주제에 대해 글을 남기려 한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여행할 때 대체로 그 나라의 명승지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초점을 맞춰 보고 싶던 것은 정치 문제이다. 내가 여행하고 있는 시점의 우리나라 역시 정치적인 에피소드들이 굉장히 많은데, 터키도 그러하다. 터키를 여행하다 보면 한 남자의 얼굴과 'Evet'이라는 글자의 도장이 찍혀 있는 사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에는 아이나 가족들 사진과 함께 'Hayir'가 적힌 사진들을 볼 수도 있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4월에 찾아올 국민 투표의 찬반('예'라는 의미의 Evet, '아니오'의 의미의 Hayir)에 대한 것이라고. 현재 터키의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으로 집권당 역시 그의 의견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 실정인데 이를 연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투표라고 했다. 메르트에게 들은 이 국민투표가, 그리고 현 집권당이 터키에서 지니는 의미가 꽤 신박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메르트의 개인적인 정치 견해가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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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지금과 같은 모습-그러니까 세속주의 이슬람을 택하면서 근대화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터키의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가장 큰 변화인 세속주의 노선 결정, 여성 인권 상승과 문자 개혁 등 대다수의 터키인들이 환영하는 정책과 식견으로 사랑을 받았다고(물론, 오리지널 터키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소수민족 학살 등의 큰 아픔을 주어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현 대통령인 에르도안은 반세속주의(원리주의) 정책을 많이 펼치는 데다가 연임 시도를 하고 있어 '터키 국민을 위한 것보단 자신의 권력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메르트가 그랬다). 그래서 추후 집권에 대한 찬반이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터키에 살지 않는 외국인의 눈에는 신기하고 재밌기도 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권교체를 통해 기조가 너무 강하게 바뀌어 이슬람 순리 주의로 돌아간다면 여행자들에게도 어렵고 추후 다른 국가의 여행에 지장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아무쪼록 어떤 것이 터키 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민의인지, 그에 따라 좋은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


현진 형님과의 버라이어티 한 대화

길게 적을 이야기는 아니지만 카파도키아에서부터 함께 온 현진 형님과 마지막 날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나눴던 여러 이야기들을 옮겨 적을 수는 없는데, 단 하나 기억나는 한 가지가 '여행 팟캐스트'였다. 형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형님께서 '여행을 갔던 사람, 여행을 가지 않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팟캐스트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 말씀 잘 하시는 분들 모시고 말이다.'라고 하셨는데... 그런 일을 해보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다른 대화들은 대화의 폭이나 깊이를 내가 형님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굉장히 유의미했고 나에게는 신선한 파장을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처음엔 얄미웠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형님. 안전 여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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