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별 생각을 다하네

2017년 3월 31일, 여행 191일 차, 터키 이스탄불

by 오상택

셀축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반바지를 입고 다녔던 안탈리아나 셀축과 달리 돌아온 이스탄불은 하늘은 맑았지만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너무 추웠다. 독일로 이동 전 하루는 그냥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딱히 한 일은 없어 그날 생각했던 몇 가지 것 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고등어케밥, 여행

터키에서 무언가를 꼭 먹어야 한다면 항상 언급되는 것 중에 하나가 '고등어케밥'이다. 애초에 그 '고등어케밥'을 '고등어케밥'이라 부르는 것 부터가 문제이지만 그것은 논외로 해두기로 하자.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최근 여행의 트렌드에 대한 것이다. 아프리카를 여행했던 환진이가 'A아저씨의 고등어 케밥을 꼭 먹어보라'는 말에 위치를 찾으려고 고등어케밥을 검색해봤는데 사람들이 모두 그 고등어케밥을 먹기위해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걸 보면 요즘은 다들 '먹부림여행'이라는 것에 목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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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다. 의식주 중 하나인 것인 만큼 여행에서도 음식을 빼놓을 수 없고 그것을 테마로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모두가 먹부림 여행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때문에 여행지의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행지로 전주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여행했을 때만 해도 전주는 '문화체험의 도시'였다. 한복 체험, 부채 만들기, 문학관, 전통 찻집... 먹거리는 부수적인 것이었고 어떤 특정 먹거리보다는 남도 상차림 같은 것들이 맛이 있는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에 전주 여행을 한 사람들이 과연 그런 접근의 여행을 했는지 궁금하다. 어느 순간 '맛의 고장'이라는 컨셉이 너무 집중되고 '먹부림여행'으로만 사람들이 오게 되니 문화체험의 도시로서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 여행도 사실 사람들이 계속 '먹부림여행'을 추구하다보니 여행의 풍토가 많이 바뀌게 되는 것 같다. 흔히 알려진 맛집을 가지 않으면 그 곳에 가지 않은 것이 되고, 모든 사람들이 획일된 음식점에 가는 그 모습이 슬펐다. 유럽도, 아시아도. 먹부림 여행이 틀렸다고 이야기 하고 싶진 않지만 여행이란 것이 원래 다양한 측면으로 볼 수록 즐거운 것이기에 다른 분들도 다른 재미의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다.


마지막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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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생각이 많았는데 결국에 나는 환진이가 추천한 A아저씨의 고등어 케밥을 먹지는 못했다. 적당한 고등어 케밥을 하나 먹고는 이스탄불 곳곳을 조금 더 걸어다녔다. 떠날 때가 되니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이스탄불이었다.

가기 전날 이라고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다. 항상 이런식 인듯.

마지막 산책을 마치고 독일에 갈 채비를 했다. 독일에서는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P.S. 사실 이날 정말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쓸 이야기가 없었다. 당분간 몇일은 이런 날들이 지속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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