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6일, 여행 192~197일 차, 독일 함부르크/카셀
유럽 본토로 들어가는 첫 나라를 정하는 데에는 큰 고민이 없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현재 연구 중인 친구도 있고, 학부 선배가 근처 다른 도시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계셨기에 얼굴을 보러 오라 하셨기에 미리 이야기해두어 지내기가 수월할 수 있는 독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독일에서 내가 보낸 시간은 대부분 민폐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공간을 내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 준 모든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독일의 흔한 독거 여행자의 민폐 스토리를 나눠 본다.
독일의 첫 도시는 함부르크였다. 함부르크 자체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2015년 체코-프라하 휴가를 함께 보낸 친구가 이 곳에서 연구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시차가 한국과는 맞지도 않고, 나와는 다른 공통 관심사(정치라던가 정치)가 있어 이야기를 자주 나눌 수밖에 없었기에 독일에 가게 되면 며칠 신세를 지겠노라 미리 말했고 흔쾌히 말해주어 고맙게도 친구의 집에서 4박을 하게 되었다. 사실 함부르크는 저번에 와서 볼만한 포인트들은 모두 보았기에 내가 특별히 보고 싶거나 했던 것은 없었다. 그냥 쉬고 싶었다. 아시아-아프리카를 거쳐 터키까지, 며칠 있다가 바로 가고 하는 여행자의 생활이 조금은 고달 팠는지 말이다. 그래서 함부르크에서의 내 하루 일과는 기상-아침-운동-점심-휴식-저녁-취침. 진짜 말 그대로 휴식이었다. 나에게는 큰 휴식의 기간이 되었지만, 내가 있는 동안 친구는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다. 하필이면 주말도 끼고 편하게 쉬고 싶었을 텐데... 그렇게 독일에서의 첫 번째 미안하고 고마운 민폐 생활을 마쳤다.
함부르크를 떠나가는 곳은 카셀이었다. 독일 중서부의 커다란 주 중 하나인 헤센 주의 작은 도시이고 이 곳에선 학부 선배인 '선비'형님이 살고 계셨다. 사실 함부르크의 친구와는 같은 학과지만 큰 교류는 없는 듯했다. 형님은 나를 자신의 방에서 재워줄 수가 없는 사정이 있어서 호텔을 잡아서 나와 같이 아예 이틀을 생활하셨다. 그리고 카셀에 있는 이곳저곳과 함께 본인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의 학식(!)까지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형님과 함께 보낸 시간은 즐거웠지만 이것은 또 다른 의미로 민폐를 끼친 셈이었다. 독일에서 수학 생활을 하는 분에게 호텔(물론 공사 중이어서 할인 중이었다고는 해도)에서 생활하는 것이 갑자기 예정되지 않는 지출이니 얼마나 부담스럽겠는가. 그럼에도 이역만리에서 날아온 후배라고 보듬어주시고 같이 움직여주시면서 계신 곳을 소개해 주셨던 형님의 모습에 죄송하고 감사하기 그지없었다.
독일에 꽤 오래 지내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관광지나 포인트보다는 독일에서 사는 한국사람들의 모습과 독일인들의 모습이었다. 독일에서 단순히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다 보면 마주치는 가장 첫 모습 중 하나는 '일요일에 열지 않는 가게'일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일요일에 가게를 열지 않기도 하지만 독일처럼 심하지는 않다. 불과 몇 년 전에는 그 어떤 가게도 일요일엔 열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독일 내 여론 때문에 대 도시의 중앙역 근처 한 두 가게가 문을 열 뿐이라고. 그 이유도 재밌는 것이 바로 일요일에는 쉬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토요일이 되면 차를 몰고 와서 한 짝씩 맥주를 사 간다거나, 평소에는 잘 집지 않는 대용량 과자를 가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일요일인걸 잊고 장을 보지 않아서 조금 고생한 적이 있기도 했다 :-( 또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에서 보았던 것 중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관료주의에 집착하는 독일 공무원'되시겠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 버금가는 유럽의 최대 선진국 중 하나이고 굉장히 합리적인 사고를 할 것 같은 독일인이지만, 막상 살면서 마주하는 독일 공무원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건 내가 직접 본 것보다 카셀의 선배가 생활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들어서 알게 된 것인데,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가 '종이서류에 집착하는 공무원'이라는 점. 독일도 인터넷 저변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이고, 대부분을 선진화할 법도 한데 절대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뽑혀 있는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데다가, 인터넷으로는 발급받기도 힘들어서 항상 시청에 가야 하는데 시청의 직원들이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독일어를 못하면 친절함도 떨어지는 굉장히 고압적인 태도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상당히 힘든 점이 많다고 했다. 내가 이런 것들을 관심 있게 듣고 했던 이유는 나도 독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에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아무리 좋은 나라여도 "외국에서 사는 것은 항상 어렵다"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P.S. 두 도시에서 그렇게 미안한 휴식을 마치면서, '내가 살아가면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큰 복이구나'하는 생각에 괜스레 머쓱하고 감사했다. 두 분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