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7~10일, 여행 198~201일 차, 독일 브레멘
카셀을 떠날 때, 내 다음 행선지가 브레멘이라는 것을 듣고는 '노잼 예상'이라고 하셨다. 브레멘에 유명한 게 뭐가 있는지 떠올리면 고작 떠오르는 것은 아주 어렸을 적 읽었을 '브레멘 음악대'뿐이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항상 재밌는 곳만 갈 수는 없다. 다시 혼자인 여행에서 재미를 캐내는 것. 그게 독거 여행자의 소관 아닐까. 형님과의 남자다운 쿨 인사 (떠날 때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를 남기고 다음 여행지 브레멘에서 다시 혼자의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4년 전 이맘때에도 독일에 있었다. 그때는 생각해보면 철저히 계획을 짜고, 유레일로 악착같이 Regional 기차들만 타면서 돈을 아꼈는데 이번엔 Flixbus를 타고 이동한다. 버스 안에서 와이파이도 되는 기특한 버스! 브레멘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열심히 정보를 찾아보니 Beck's의 공장이 이곳에 있다는 정도가 나에게는 신선했을 뿐. 물론 브레멘의 풍경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유럽 국가들이 보통 가지는 '그것'을 갖고 있기에 유럽여행이 수 번째인 나에겐 큰 감흥은 없었다.
예전 유럽에서의 여행을 떠올리며 햄과 빵, 샐러드를 먹으니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혼자 출발했던 여행에서 생각보다 혼자인 적이 없었는데, 그때의 친구들, 형, 누나, 동생들은 뭘 하고 지내고 있을까.
브레멘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맥주 공장에서 만난 3명의 남 학생들은 그때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했다. 군을 전역하고 졸업 전에 나온 첫 여행이 유럽이라고 했다. 남자 셋이 실제 정보 없이 뭔가 조사한 것에 머리를 싸매는 모습이 4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같이 브루어리 투어도 하고 장도 보면서 이런저런 팁을 알려주었다. 내가 여행할 때는 그렇게 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같이 여행하던 사람들끼리 으쌰 으쌰 했던 기억이 더 난다. 고맙다며 인사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나를 겹쳐본다. 나는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독거 여행자라 생각이 많아지나 보다.
브레멘 숙소를 돌아와서 짐을 챙기고 있는데 아까의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들의 다음 행선지가 함부르크라는 것. 나도 아일랜드 행의 비행기를 함부르크로 돌아가 타야 했기 때문에 함부르크에서 한 번 더 얼굴을 보기로 했다. 오늘은 셋이 아니라 네 명이었다. 노르웨이에서 공부를 하다가 부활절 연휴라 휴가를 나온 학생이 하나 더 붙은 것. 재밌었던 건 그 학생은 나와 숙소가 같았다. 아무튼 그날, 함부르크만 세 번째인 나는 한 번도 와보지 않은 함부르크에 하루 있다 갈 세 명의 학생과 하루 더 있다갈 한 명의 학생을 모시고 함부르크 투어를 했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2년 전 여름휴가 때의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부동산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세 학생들이랑 갑자기 함부르크 시청사에서 만나게 돼서 함부르크 시내를 같이 돌아다녔던. 그때도 오후 반나절을 둘러보고는 그 친구들은 다른 도시로 떠나야 했었는데, 오늘도 짧은 시간 만나고 세 친구들은 바로 다른 도시로 떠났다. 여행자들의 숙명, 이별. 숙소로 돌아와 노르웨이에서 공부하는 그 친구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도 내일 이별을 하겠지. 혼자 하는 여행이 재밌으면서 슬픈 이유는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 때문일 것이다. 독거 여행자로서 홀로서기는 매일매일 어려운 것 같다.